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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설악에서의 사흘

 

이번 6월 초, 3일간의 황금연휴를 이용해 나름대로 나를 테스트 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말로만 듣고 동경하던 설악산 공룡능선에 오르기로 했다.

아침 7시경 출발해 춘천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시야에 들어오는 초록의 산야에 싱글벙글 연신 웃음지으며 목적지를 향했다. 첫 번째 목적지인 건봉사를 들렀다. 지금은 별로 크지 않은 사찰이지만 창건 당시에는 금강산 일대의 4대 사찰을 통괄할 만큼 큰 절이었단다. 그곳의 경관을 카메라에 담고 다음 목적지인 백담사를 향했다.

백담사 입구에 도착해 주차를 시킨 뒤 용대리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이용해 백담사에 내렸다. 금강문을 지나 백담사 현판이 나오고 조금 더 안쪽으로 향하니 전두환 전 대통령이 묵었다던 ‘화엄실’이 보였다. 작은 방에 가즈런히 당시의 집기들이 나열돼 있었다. 이곳저곳을 사진에 담고 나니 만해기념관이 눈에 들어왔다. 문학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도 감명 깊은 글들로 많은 것을 남긴 대선사 만해 한용운.

백담사 맑은 계곡을 지나 ‘영시암’으로 향해 발걸음을 부지런히 옮겼다. 계곡의 맑은 물과 초록의 잎새들이 싱그러움을 더하는 가운데 갈림길에서 오세암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많은 인파들이 오세암의 공양시간에 때 맞춰 몰려들었다. 우리도 예외 없이 미역국에 밥을 말은 식사를 대접받았다.

무수히 몰려든 등산객들의 틈바구니 속에 숙소를 배정 받았는데 하필이면 주방의 부속 귀퉁이였다. 댓 명이나 자리할 공간에 열명이 넘는 식구들이 새우잠을, 그것도 생판 얼굴 한 번 못 본 이들과 살을 맞대고 자려니 잠이 올 턱이 없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새벽 4시에 찹쌀떡 한 개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곧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1시간 20분을 지나 우리 일행은 마등령에 도달했다. 때마침 동해의 햇살이 여명을 가르며 산야를 붉게 물들였다. 이제부터 그 말로만 듣던 공룡능선의 산행에 돌입했다. 앞을 보아도 기암괴석, 뒤를 돌아보아도 멋진 설악의 진경이 시야에 가득하니 마음 또한 잔잔한 설레임이 있었다. 능선의 오르내림 사이에 비경이 앞다투어 전개되는데 낯익은 울산바위가 눈앞에 펼쳐졌다. 병풍 같은 바위와 친근해지면 녹색 이파리들은 저마다 싱그러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공룡능선을 끝으로 저 멀리 소청봉과 대청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체력의 한계인지 소청봉 턱밑에서 산행을 포기하고 싶어진다. 일행은 힘을 내라고 하지만 만사가 귀찮고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돗자리를 펴고 잠을 청해 보았지만 10분이 지나며 ‘나 때문에 일행이 이 멋진 산행을 도중하차 한다니’라는 자괴감에 힘을 보태 소청봉을 오른다.

중청대피소에서 라면 국물로 허기를 달래니 그나마 좀 나아진 것 같았다. 시야에 대청봉 정상이 아주 가까이 보인다. 이제 저 산에 도달하면 모든 것이 성공이다. 힘을 내자고 스스로를 채찍질 하며 한 걸음 또 한 걸을 무거운 발길을 옮겼다. 이윽고 대청봉 정상.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정상 표지석에 인증 사진을 남기니 그간의 피로도 안개처럼 사라졌다. 온 몸이 땀으로 소금이 생성될 만큼 힘든 일정이었지만 내 스스로 20시간 가까이 설악을 누볐다는 쾌감에 그 무엇과 견줄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땀은 흘릴수록 그 만큼의 행복을 선사한다. 내 인생의 담금질. 나는 내일도 새로운 도전에 임할 것이다. 내 정신이 건강한 이상…

임상호 시인 신협 부이사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서정문인협회 이사 ▲경기도 문학상 수상 ▲구름산 예술제 심사위원 ▲광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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