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태산소천하(登泰山小天下)란 말이 있다. 태산에 오르면 천하가 작게 보인다는 말로, 큰 도리를 익힌 사람은 사물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자는 어릴 적부터 노나라 동쪽에 있는 동산을 자주 등정했다는데, 산 정상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그 큰 읍성도 보잘 것 없는 한줌의 땅에 불과하다는 걸 알았고, 또 장성해서는 중국 오대악산(岳山) 중 하나인 태산에 자주 오르면서 천하가 작은 세계라는 것을 간파했다고 한다.
산 아래에서 아웅다웅하며 살다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 밖에 없고 생각이 협소해 질 수 밖에 없기에 사람들이 등산을 하는지 모르지만 자신이 경험한 것만을 고집하며 자신이 가장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도 성장할 수도 없다. 큰 바다에 나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강이나 시냇물을 가지고 크냐 작으냐를 시비한다. 경험이 미천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최고라고 여겨 남을 가소롭게 평가하고 도토리 키재기 식으로 우열을 가리려 한다.
공자가 말한 군자의 도를 보라. 해와 달은 그 밝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조그마한 틈만 있어도 반드시 비춰 준다. 흐르는 물도 그 성질이 낮은 웅덩이를 먼저 채워 놓지 않고서는 앞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군자도 이와 같이 도에 뜻을 둘 때 아래서부터 수양을 쌓지 않고서는 높은 성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으며, 학문과 인격의 도야에 있어서 높은 태산, 넓은 바다, 밝은 태양과 같은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태산이 아니라 하다못해 동산이라도 올라 가보아야 자신이 얼마나 왜소한 존재인가를 알 수 있고, 자신이 아웅다웅하며 사는 세계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곳인가를 알게 된다.
우리는 지금 이런 지도자를 요구한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상관하지 않는 사람들이 지도자가 되려하기에 점점 이 시대는 빛을 잃어가고 있다.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태산이 어렵다면 동산이라도 올라 가보라! 전체를 관망하는 사람만 자신의 위치를 알게 되고 미래를 예견할 수 있으며 전체를 조화 시킬 수 있다. 신데렐라처럼 어느 날 갑자기 글로벌 리더가 된 사람은 없다. 자신에게 있는 편협한 생각과 울타리를 걷어 치우고 모든 사람에게 다가서라. 자신의 생각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를 적으로 돌리려 하는 사람은 글로벌 리더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등태산’ 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천하를 논하겠는가? 하다못해 서울 남산이나, 광주의 무등산, 강남의 관악산, 강원도 설악산, 경기도 의왕에 있는 청계산 이라도 가보라. 산에 올라오면 자신이 얼마나 유치하게 살고 있는지 보게 될지도 모른다. 또한 자신이 얼마나 협잡한지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고리타분하고 오만과 몽상에 젖어 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이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닐까? /박남숙 용인시의원(민·자치행정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