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입니다. 정신 차리기도 힘이 듭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챙겨 담습니다. 주렁주렁 달린 주머니에 정신없이 주워 담기에 바쁩니다. 담아 챙겨야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잠시라도 쉬면서 곱씹다 보면 자칫 뒤처질까 염려스럽고, 그래서 원하든 원치않든 쳇바퀴를 멈추지 못합니다. 힐끗 주위를 살펴보더라도 모두가 열심히 바퀴를 구르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런 일상도 언젠가는 일시에 정지되는 시점이 옵니다. 원하든 원치않든 우리는 인생의 끝을 맞이해야 합니다. 죽음은 탄생처럼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분명하게 찾아옵니다. 그때는 누구나 아무것도 가짐없이 길을 떠나야 합니다. 처음처럼 그 끝도 가짐없이 맞이하는 것이지요.
국회의원 한 분이 홈페이지에 지역 주민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아버지를 회상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자신의 지역에서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분이 계시는데, 자신에게 알려주더라는 겁니다. 세상의 모든 옷은 모두 주머니가 있는데, 주머니가 없는 옷은 딱 하나, 수의라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그렇습니다. 우리가 입는 옷들이 모두 주렁주렁 주머니가 가득한데 세상 떠나갈 때 입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습니다. 가지고 갈게 없는데 주머니가 필요하지 않겠지요. 그러니 우리가 살면서 이리저리 바쁘게 주워 담았던 것들은 모두 무엇이겠습니까.
지금 우리가 정신없이 주워 담고 있는 것들은 혹시나 욕심, 시기, 원망, 질투, 미움, 슬픔, 좌절 같이 무거운 것들은 아닌지요. 그것들의 무게로 인해 인생길 걸음이 더 무겁고 팍팍한 것은 아닌지요. 생각해 봅시다. 아무리 바빠도 잠깐만 서서 내 옷매무새를 더듬어 살펴봅시다. 내 주머니에 무엇들이 들어 있는지, 내 주머니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벼운 것들을 담아야겠습니다. 마음부터 즐거워 날아 갈듯 한 가벼운 것들을 챙겨봅시다.
잠시의 욕심이나 시기, 원망, 질투, 미움 같은 것들로 인해 내 걸음걸이가 무거워져서야 되겠습니까. 그 것들로 인해 내가 날지 못하고 자유롭지 못해서는 안 되니까요.
세상에서 제일 가벼운 것은 사랑이고 용서입니다. 비움으로 가득 채워짐은 깃털처럼 가볍습니다. 시기하지 맙시다. 세상사 합당하게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원망하지도 맙시다. 그만큼 필요한 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질투하지 맙시다. 그 안에 노력과 열정이 숨어 있습니다.
미워하지 맙시다. 마음 하나 바꾸면 사랑입니다. 슬퍼하지도 맙시다. 기쁨의 길을 열어줍시다. 마음 속 깊게 사랑과 용서를 담으면 모두 바람 같은 것들입니다.
알고 계신가요? 사람이 생명을 마치고 일생을 태우고 남는 무게를요. 사람이 죽어 화장을 거치고 남은 그 유골을 분쇄한 무게는 겨우 750g 이랍니다. 물론 골격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750g 이쪽저쪽이랍니다. 길고 긴 인생길 동안 정신없이 내 안에 주워 담았던 것들의 무게가 종당에 750g으로 일치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가 진정으로 담아야 할 것들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김춘성 시인
▲한국문인협회 저작권옹호 위원 ▲국제펜클럽회원 ▲한국가톨릭문인회원 ▲조지훈문학상 수상 ▲박재삼 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