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산행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푸른 문을 열고 들어서면 확 다가서는 쌉싸롬한 풀냄새, 푸른 잎에 적당히 반사되는 태양, 바람이 낸 길을 따라 산을 오른다.
헤프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만큼 핀 들꽃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 지천으로 널린 산나물이 발길을 잡는다.
강원도 홍천에 있는 오지의 산이다. 산으로의 접근이 만만치 않은 까닭인지 아직은 알려지지 않아 태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듯 신비로움을 가득 품고 있어 정글 탐험을 하는 듯 짜릿함을 안겨주는 산이다.
오래 전 선비가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넘었을 희미한 길을 따라 걷다보면 계곡을 만나고 그 계곡을 따라 가파른 산길을 오르게 된다.
울창한 숲, 한 아름은 족히 될 법한 나무들, 장마와 태풍에 쓰러졌을 나무가 길을 막아서곤 한다.
허리를 숙여 나무 밑을 빠져나오고, 길을 막고 있는 나무를 건너는 일 또한 만만찮다. 축축 늘어진 다래나무가 이마를 때리고 잠깐 한눈을 팔다보면 이끼에 나동그라져 무릎이 깨지고 엉덩이에 멍이 들기 일쑤다.
일행 중 누군가는 뱀을 피하고 누군가는 벼락 맞은 나무를 보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연이 인간을 쉽게 허락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지친다 싶으면 바람에 실려 오는 더덕향기가 힘을 보태주고 한바탕 가파르게 산비탈을 오르다보면 푸른 숲으로 쏟아지는 태양이 하늘을 올려다보게 하는 곳, 해발이 높다 보니 6월에 철쭉이 한창 피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금세 푸른 물이 들 것 같다.
나뭇잎의 뒤척임으로 바람의 방향을 읽어내고 벌레 먹은 자리로 계절을 읽어내며 들꽃 향기에 목을 축이고 산새들 노래에 낮잠을 청하다 문득 일어나 시 한 수 써내려가도 좋을 소박한 산, 해 떨어지면 잠자리에 들고 날 밝으면 날짐승들 불러 모아 먹이 나누며 산사람이 되어 살아도 좋겠다는 상상을 하게 하는 산이다.
아파트 숲에서 하루가 시작되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떠밀려가는 세상이다.
실시간으로 지구촌의 소식이 전해지고 휴대전화 하나면 길 찾기부터 금융 업무 등 대부분 것들이 해결되는 편리함에 익숙해있는 반면 지구는 몸살을 앓고 기상이변으로 생기는 변화가 우리를 불안으로 몰아가고 있다.
우리가 누리는 혜택만큼이나 닥쳐올 재앙도 심각하다. 지금 우리는 문명 속의 오지를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 오지 속에서 자연을 찾아가고 있음일 것이다.
산행을 시작할 때 산에 오르는 것을 막는 마을 사람이 있어 인심이 사나운 곳이라는 생각했는데 그렇게 지켜냈기 때문에 아직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고맙다.
몇 안 되는 가구지만 마당가엔 꽃이 피고 개울을 따라 들꽃이 지천인 마을, 밭에선 감자가 자라고 주인대신 개 두어 마리 집을 지키는 마을, 자연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름답다. /한인숙 시인
▲한국문인협회 회원 ▲평택문인협회 회원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2006년)
▲시집 <푸른 상처들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