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것을 놓고 여야간 대립이 격화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을 거둬들이기 힘들게 됐다. 항상 정치권에 휘둘리는 ‘국민은 봉’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지만 이번에도 여지없이 국민들의 완패로 돌아갔다.
고작 1000원 인상을 갖고 뭐그리 호들갑이냐고 말할지 몰라도 기존 2500원에서 3500원으로 무려 40%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이니 만큼 그동안 서민물가를 잡겠다며 허둥대던 정부와 여당의 모습이 한심하게만 비춰진다. 더욱이 대학 반값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동분서주하는 정치권이 난데없이 KBS 수신료 인상으로 국민들의 뒤통수를 친 격이어서 국민들의 반감이 금새 수그들지도 의문이다.
결국 한나라당과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해온 KBS 수신료 1000원 인상안이 반값 등록금을 뒤로 밀어내고 6월 국회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를 공산이 커 졌다. 민주당은 당장 임시국회 모든 일정을 보이콧 하겠다면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20일 ‘KBS 수신료 인상안’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민주당 의원들과의 몸싸움 끝에 강행처리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한선교 법안심사소위원장은 이날 수신료 2500원을 3500원으로 1000원 올리는 내용의 인상안을 기립표결에 부쳤다. 소위 위원 8명 가운데 한나라당 한선교·강승규·김성동·조윤선 의원과 김창수 자유선진당 의원이 찬성했다.
민주당은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다. 수신료 인상안이 문방위 소위를 통과한 뒤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연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표결 절차상 하자를 주장하며 “원천무효를 선언하고 원점으로 되돌리지 않을 경우 모든 국회 일정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국회에서 민주당은 원내대책회의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한나라당의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비난하고 문방위 소회의실을 점거하는 한편 상임위 활동 거부에 들어갔다. 의총에서 손학규 대표는 “국회가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운영될 수 있도록 소위에서 통과된 것은 원천무효화하고 새롭게 대화를 시작하자”고 말했다.
여야간 대결이 장기화 되면 당장 저축은행 사태 국정조사와 등록금 대책 법안 등 각종 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1주일에 ‘1박2일’ 한 프로만 시청하는데 3500원을 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반발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어떻게 추스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