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와 노루,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들이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일이 잦아지면서 농지에 전기울타리를 두르는 농가가 많아지고 그에 따른 감전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파주시 군내면 읍내리 민통선지역에서 육군 모 부대 소속 이모(22) 상병이 논 주변에 설치된 전기울타리에 감전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지난달 20일엔 강원도 평창에서 마을주민 함모(50·여)씨가 배추밭에 설치된 220V짜리 전기울타리에 감전돼 숨졌고, 2009년 7월 강릉에서는 고추를 따던 관광객 2명이 울타리 감전으로 숨져 밭주인이 법정구속되기도 했다.
이처럼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농지에 전기울타리를 마구 설치하는 것은 생활 터전 옆에 ‘지뢰밭’을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기울타리 설치에 대한 규정이 없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야생동물로 인한 농업·임업 등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기울타리를 설치하는 농가에 대해 비용의 60% 정도를 지원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전국의 많은 농가들이 좀 더 센 전기로 동물을 쫓기 위해 임의로 전기울타리를 설치해 값이 싼 농업용 220V 전기를 흘려보내고 있고, 많은 감전 사고가 이런 곳에서 발생한다.
전기울타리 설치는 신고 대상도 아니어서 국가나 지자체에서 현황 파악은 물론 관리도 못하고 있다.
자치단체가 산 밑에 있는 밭 위주로 일반 철조망 설치를 지원하다 보니 순위에서 밀린 논밭의 주인들이 피해를 견디지 못하고 전기울타리를 설치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기울타리 자체가 불법시설이 아닌 까닭에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야외에서 등산과 캠핑을 즐기고, 어린이들은 농촌으로 가 체험행사와 국토탐방을 하고 있다. 지금처럼 전기울타리를 방치하다가는 언제 어디에서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
사람이 목숨을 잃을 정도의 전기 설비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 설치하는 것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안전불감증에 노출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전기울타리에 어느 정도 센 전기를 흘려야 하는지를 정하고, 전기울타리 바깥으로 일반 울타리를 설치하도록 하는 등의 규정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철저한 점검과 대책 마련으로 안전사고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