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흥갯골 탐사’에 인천·시흥 사람 35명과 참여한 갯골은 지금도 눈에 선한 풍경이다.
소래포구에서 작은 배 2대씩 묶어 두 팀으로 나누고 먼저 인천 갯골로 들어갔다.
물 때가 조금이라 물의 양이 적어 배가 바닥에 닿아 멈춰 서곤 한다. 갯골과 아파트가 어우러진 풍경이다.
돌아 나오는데는 길지 않은 시간이다. 장수천을 돌아 시흥갯골로 들어섰다.
멀찍이 갯바위에 물새가 무리지어 이쪽을 보고 있다.
많은 새들이 날아오른다. 항상 위에서 내려다보던 갯골 안은 신천지를 밟는 기분이다.
깊숙한 수로에서 올려보는 갯벌 위 갈대, 물억새, 칠면초 군락지와 퉁퉁마디, 갯개미취, 희귀식물로 지정한 모새달 군락지가 여기 보란 듯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배가 지날 적마다 농게, 방게, 궁게, 말뚝짱둥어들이 사사삭 소리를 내며 제 구멍을 찾아들고 순식간에 갯골은 비상사태가 되고 만다.
많은 눈들이 개흙 구멍마다 경계하는 것을 우린 예감할 수 있다. 굽이를 돌 때마다 갯골 안은 환상이다.
중간쯤 갔을 때 큰 백로가 먹이를 쪼다 큰 날개를 펴 날아오르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멀리서 여러 종류의 새들도 우수수 따라 날아오른다. 바다의 비늘같다. 우린 바다의 비늘을 일으키며 여행 중이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아름다운 율동들이 우리끼리 보기엔 너무 아까운 풍경이 갯골에 펼쳐지고 있다.
이곳 하늘을 나는 새는 백로 등 총25종으로 598개체수 우점종으로 흑부리도요, 청다리도요, 흰뺨검둥오리 순이며 천연기념물 노랑부리백로 황조롱이가 발견됐다고도 한다.
때때로 물결의 흔들림이 심할 때가 있다. 물 속에 많은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곳저곳에서 펄쩍펄쩍 뛰어오르는 숭어 떼를 보고 환희에 차서 놀라는 순간에 카메라 셔터 누르는 걸 놓쳐버리고 만다. 아쉽다.
갯벌 깊숙이 흐르는 갯골은 마치 뱀의 움직이는 형태를 지녔다고 사행성(蛇行性) 갯골이라고 한다. 배를 타고 뱀의 움직임을 따라 협곡을 하나하나 돌아가는 동안 마치 어머니 자궁 안에 있는 아늑함이 함께 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순간이다.
자연의 보고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렇다. 지금 여름이라서 초록 아래 펼쳐지는 풍경이 이러할 진대, 갈대와 칠면초와 모새달로 가득한 갯벌이 갈색으로 물들고 철새가 날고 갯벌 가득 하얗게 눈 내린 풍경이 그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도심 속을 흐르는 시흥 내만갯골은 순천만 못지않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특히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사행성을 지닌 시흥 내만갯골은 어떤 곳보다 특별한 매력 있는 기대와 희망을 가져도 좋을 곳이다.
과학화되고 현대화되는 사회에서 감성을 키우고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꼭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자연의 보고, 시흥내만갯골이다. 오랫동안 갯골의 풍경이 마음 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연옥 시인
▲한국문인협회 시흥시지부장
▲시집 <산풀향 내리면 이슬이 되고> <연밭에 이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