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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화장만 고칠 건가, 뼛속까지 바꿀 건가

 

한나라당의 7·4 전당대회는 철저한 반성과 희생을 통해 국민에게 한나라당의 미래를 보여줄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에 나선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왠지 한나라당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당의 중심에 서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이끌어가야 할 중량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당권과 대권도전 분리를 규정한 당헌·당규로 인해 대권 후보들이 이번 전당대회의 당권 도전을 포기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당권 경쟁을 ‘마이너 리그’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후보들의 지지도를 감안할 때 틀린 말도 아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대권후보 지지율에 있어 여전히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과연 그럴까.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친박(親朴)계 모임인 ‘여의포럼’ 출범 3주년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세론’은 허구라는 것이었다. 대세론은 독(毒)이고 착각으로 지금 한나라당은 1997년 이회창 후보의 실패모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박 전 대표의 지지율 가운데 20~25%는 거품이라고 했다.

이는 나중에 여야 대권구도가 형성됐을 때 언제든지 야권 후보 지지로 돌아설 표라는 것이다. 따라서 야권이 2002년 노무현 성공 모델로 가면 대선은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고 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보수의 장자방(張子房)’으로 불린다. 이회창 후보가 1997년 대선에 실패한 뒤 다음해 9월부터 1년 4개월간 그를 보좌할 때 붙은 별명이다. 정치적 흐름을 정확히 읽고 이에 맞는 처방을 제시한다는 평가에서다. 한나라당 최고의 선거분석가이기도 했던 그가 이런 말을 했다. 한나라당이 지금 이 모습대로 화장만 고치는 수준의 개량만 해서는 내년 총선에서 지고, 대선도 굉장히 힘들어질 거라고 했다. 한나라당이 지난해 지방선거와 4·27 재보선에서 두 번의 옐로카드를 받았는데 총선에서 레드카드가 나오는 상황이 되면 박 전 대표도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박 전 대표는 본선이 금년이라는 생각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대선에 안 나가고 당대표 경선에 나가 우선 당을 살리겠다. 이런 생각까지도 해봐야 한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생각은 대권에만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만함마저 느껴진다.

그런 그가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의원이 대선후보들이 당권 경쟁에 나설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자는 제의를 거부하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이유는 모호하게도 “어떻게 만든 당헌·당규인데…”였다. 첫 번째 오만이다. 동생인 박지만 씨와 삼화저축은행 신삼길 명예회장의 연루설에 대해 “본인이 친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했으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만도 이런 오만이 없다. 이번 전당대회 당권 경쟁에 나서는 후보들이 하나같이 박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만큼 ‘홀로서기’가 버겁다는 반증이다. 그러고서도 당권에 나섰다는 게 대견할 정도다. 이런 사람들이 설령 당권을 차지한다고 한들 자기주장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

복지 운운하며 노골적으로 ‘좌(左) 클릭’에 나선 후보들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의 정체성인 ‘보수의 가치’를 외면하고 복지 포퓰리즘 대열에 합류해 표심(票心) 좀 잡아보겠다는 것인데 이건 누가 봐도 ‘민주당 따라하기’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똑똑한 국민들은 당권 후보 중 한 사람인 원희룡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을 때 차기 서울시장에 나서기 위한 포석이라며 2004년 현 오세훈 서울시장이 총선불출마를 했던 일을 떠올린다.

한나라당이 그야말로 뼛속까지 바꾸지 않고서는 버팀목인 보수로부터도 외면당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충언(忠言)은 역이(逆耳)이나 이어행(利於行)’이라고 했다. /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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