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은 정치권, 재계 구분 없이 온통 포퓰리즘 논쟁이다. 너도 나도 아전인수식 포퓰리즘이 문제다. 한나라당 7·4 전당대회 대표경선에 출마한 후보 7명은 ‘정책 포퓰리즘’으로 선거전을 달구고 있다. 27일 열린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치열한 찬반 논란을 벌였다. 이자리에서도서 서민정책을 내세운 복지정책은 포퓰리즘이 아니라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민주당 등 야권을 겨냥해 복지 포퓰리즘이라며 강성발언을 토해내던 얼마전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토론에서 유승민 후보가 “한나라당이 복지를 얘기하면 좌클릭,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하는데 이는 시대정신이 없고 역사인식이 비틀어진 것”이라고 포문을 열자 홍준표 후보도 “서민정책 강화를 포퓰리즘, 좌클릭으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문제에 대해서도 남경필 후보는 “이것이 포퓰리즘 복지정책이냐, 반(反)포퓰리즘 정책이냐를 대표하는 투표가 됐기에 물러날 수가 없다”고 했다.
사회 이슈화 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도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24일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경기지역 주요 기관장모임인 기우회 6월 정례회에서 “반값 등록금을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하고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포퓰리즘이 만연해 있다고 주장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재계와 정치권이 대립하고 있는 포퓰리즘 논쟁은 도를 넘어선 느낌이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지난 21일 취임 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포퓰리즘 하는 사람들이 잘 생각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반값 등록금’과 같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복지정책 경쟁에 직격탄을 날렸다.
정치권은 여야를 불문하고 허 회장의 ‘작심 발언’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이 강하게 나오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반(反) 포퓰리즘’을 표방한 재계의 공세가 그만큼 신경에 거슬린다는 얘기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반값 등록금, 법인세 감세 철회 같은 자칭 ‘친서민 정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서민을 위한다고 하는 ‘무상복지 시리즈’에는 무상급식, 무상의료와 같이 ‘반값 등록금’보다 훨씬 더 포괄적인 구상들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선거가 다가오면서, 천문학적 재원을 필요로 하는 복지 구상들이 ‘공짜’라는 상표를 달고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는 점이다. 표만 의식한 아전인수식 포퓰리즘이 국민들의 마음을 공허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