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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방차는 혼자 출동하는 것이 아니다

 

옛말에 급한 길일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한편 생각하면 옳기만 한 말이지만 소방에서 이 말은 상당히 딜레마가 되곤 한다. 급한 상황에 대처해야하는 우리 소방에서 과연 이 말이 적용될 수 있기는 한 것인지...

화재도 그렇고 응급환자도 그렇고 초기의 5분을 놓치면 사태는 갑자기 나빠지기 시작한다. 화재는 플래시오버(화재가 급격히 확산되는 현상) 현상이 일어나는 시점이 화재발생 5분이다.

심정지(심장이 멈춘 상태) 환자의 경우에도 심정지 후 5분이 경과하게 되면 뇌손상이 일어나기 시작해 다시는 회복되지 못하게 된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출동 중에 정말 달리는 소방차가 아니라 날아가는 소방차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최근 우리 소방서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교통사고는 이 말에 대한 함의(뜻)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필연적으로 교통신호를 지킬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화재, 구조, 구급 출동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교통사고 발생비율을 보면 매년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 않아 답답함은 더하다. 우리나라는 ‘교통사고 세계 1위’라는 오명을 몇 년째 얻고 있다. 이러한 교통사고에는 소방차라고 해서 예외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최근 3년 동안 경기도에서 발생한 215건의 소방공무원 안전사고 발생 사례를 분석해보니 화재, 구조, 구급활동 중에 발생한 사고가 가장 많기는 하지만 소방차량의 교통사고 발생도 45건에 이르고 있다. 매년 12~13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소방이지만 이 교통사고만은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고 매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우리 소방서에서도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해 응급환자를 태우고 병원으로 향하던 구급차량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문제는 빠른 출동에 원인을 둘 수도 있고 그 외 운전자 부주의, 좁은 도로 사정 등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소방공무원에게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이 있다.

그것은 출동 하는 소방차량의 앞 차량. 급한 마음에 경적을 울리고 싸이렌을 울리지만 전혀 동요(?)없이 제 갈길 가는 차량이나 소방차량을 오히려 추월하며 개선장군처럼 앞길을 가는 차량 등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특히 신호가 바뀐 시점이나 사거리에서 신호를 위반해 소방차량이 진입할 때가 있는데 대부분의 차량이 그렇지만 소방차량을 의식하여 비켜주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보행자도 마찬가지인데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있어 소방차가 경적을 울리면 신속히 비키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사고 현장에 빨리 도착하려면 신호를 부득이 위반해야하고 안전만을 생각하면 모든 신호를 지켜야하니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딜레마 중에 딜레마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신호를 다 지키고 가는 소방차가 없으니 출동 중의 소방차가 안전만을 생각해 신호를 다 지켜야 한다는 것은 아마도 현실에서 지켜질 수 없는 형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법률이 강화된다고 해서 지켜지는 것이 다는 아닐 것이다. 소방차량은 정말 급하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보다 질러가고 싶고 천천히 생각하기 보다는 현장에 도착해서야 마음이 놓이는 것이 소방관의 마음이다.

이러한 마음이 사고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운전자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내가 급할수록 남을 배려하고 돌아가는 것은 소방차와 함께 사회 모든 구성원에도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소방차는 혼자 출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운전자,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과 함께 출동하는 것이다. 소방차가 오면 비켜주고 길을 내어주고 비록 소방차가 신호를 위반하더라도 내 갈 길을 먼저 양보하는 것. 그렇게 우리 모두가 함께 출동을 해야하는 것이다. /한봉훈 수원소방서 예방과 민원2담당 지방소방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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