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침엽수, 가지마다 얽혀있는 넝쿨 식물의 춤사위는 바람의 리듬을 타고 더욱 현란하게 일렁거린다.
햇살이 가려진 음지로 드는 순간,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이 연상됐다.
얼기설기 얽힌 나무사이로 등허리를 아찔하게 날아오르는 아바타에 나오는 이크란의 날갯짓이 펼쳐질 듯 바람조차 술렁거리는, 6월이지만 제법 쌀쌀한 날씨. 알프스산자락은 똬리를 튼 길을 굽이굽이 내어놓았고 우리는 그 품속으로 유유히 접어들었다. 유학중인 딸을 만나러 생전 처음으로 파리에 갔다가 온 가족이 함께 스위스의 알프스산을 오른 날이다.
“딱 한 시간이라도 알프스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는 아들의 제안에 우리 가족은 다음 역까지 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 시간으로는 도저히 물러설 수 없는 알프스의 아름다움이 그곳에 있었다. 자연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신선한 바람과 공기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얻는 행복감이 아닐까.
온 몸으로 쏟아지는 산소덕분인지 힘든 줄도 모르고 걷고 또 걸었다. 길섶에 나앉은 민달팽이, 이름 모를 나비, 야생화에 묻혀 앞서거니 뒤서거니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는 우리는 이미 알프스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발등 뼈가 부러진 부상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딸아이는 걷기가 힘들었을 텐데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가족과 함께 한 기쁨에 아픔도 잊은 듯 걷는 내내 활짝 웃고 있다.
그렇게 걷기를 네 시간 째 우리는 동시에 발길을 멈추고 말았다. 앞을 막아선 나무를 덧대어 만들어진 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잠깐의 망설임이 있었을 뿐 우리의 결론은 ‘갈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30분만 더 걸으면 다음역인데, 네 시간 째 걸어온 그 거리를 돌아가기엔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에 우리는 한숨부터 토하기 시작했다. 그 때 뒤이어 따라오던 프랑스인 부부가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걸려있던 철사 고리를 보란 듯이 뽑으며 문을 활짝 열어 재치고 지나가는 것이다.
“자, 내가 당신들에게 문을 열어드렸으니 저희에겐 어떤 선물을 주시겠어요?” 라며 농담까지 한다. 참, 기가 막혔다. 그저 철사로 만든 가는 고리 하나 걸어놓았을 뿐인데 우리는 그 누구도 열고 들어갈 생각을 못하다니, 의아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볼 뿐 말이 없다.
순간 생각해보았다 혹시, 우리는 너무 닫힌 생각으로만 살아오진 않았나, 똑같은 상황을 두고 그들은 열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우리는 왜? 가능이 아닌 불가능만 생각하였을까. 下 계속 /이상남 시인
▲평택문협 회원 ▲독서논술지도사
▲독서토론 논술 안중문화원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