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하기 위해 은행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들이 무더기로 채무불이행(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아니 충격이라기 보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원금과 이자를 갚기 위해서는 틈틈이 시간을 내 돈 버는 일을 병행해야 하지만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학자금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서울 지역 대학생이 4천명을 넘는 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통계를 내보면 더 많은 학생들이 채무불이행으로 고통에 신음하고 있을 것이 뻔하다. 국회 행정안전위 박대해(한나라당) 의원이 4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제도가 생긴 지난 2005년부터 올해 4월까지 학자금 원금 또는 이자를 6개월 이상 연체해 채무불이행자가 된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생은 총 4천163명이다. 지난해 서울의 43개 4년제 대학교 학생 36만300명 가운데 27.8%에 달하는 10만332명이 학자금을 대출받았고, 대출 규모는 3천879억원을 넘었다. 또 1천만원 이상의 고액을 대출받은 학생도 4천574명으로 집계됐다.
하늘에서 비가 한없이 퍼붓던 주말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이마트 탄현점에서 터보냉동기 점검작업을 하던 황승원(22)씨 등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부에 다니는 황씨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수가 높다는 터보냉동기 일을 이마트 탄현점에서 동료들과 함께 하다 변을 당했다.
9월에 복학하려면 수백만원의 등록금을 마련해야 했다. 입학금과 1학년 1학기 등록금도 은행에서 대출받아 겨우 냈다고 가족들은 말하고 있다. 어렵게 공부해 6개월 만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2008년 꿈에 그리던 대학에 합격했다. 기쁨도 잠시 등록금의 벽에 부딪혔고 1학년 1학기분은 대출로 마련했지만 2학기분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런 안타까운 일들은 우리 주변에는 많다. 언제부터 대학 등록금이 이렇게 많이 올라 어려운 이웃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지 개탄할 노릇이다. 정치권에서는 반값등록금 운운하며 뚜렷한 대안도 없이 허송세월 하고 있다. 대학당국이 받고 있는 이러한 대학등록금이 적절한 수준인가 부터 따져봐야 한다. 대학의 군산빼기가 우선되어야 한다./안병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