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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이구열의 ‘나혜석’

“이구열(李龜烈) 선생이 1973년에 펴낸 ‘한국문화재 비화’는 국내외에 큰 파문을 던졌다. 출간 직후 일본 도쿄에서도 고미술품상이 집중돼 있는 교바시(京橋)의 한 상점 주인은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많은 것을 알고 놀랐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지난 1월 말 93세를 일기로 타계한 불교미술사학자인 황수영 전 동국대 총장의 회고다. 일본은 한일병합 훨씬 이전부터 우리의 문화재를 약탈해갔다. 지상에서 약탈의 대상을 찾던 그들은 곧 이어서 지하의 고대 분묘들을 목표로 삼았다. 경주 또는 개성을 중심으로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고분 도굴을 서슴없이 자행했다. 이를 두고 안중근 의사는 ‘옥중자서전’에서 “일본의 침략이 마침내 우리 선조의 백골(白骨)에 이르렀다”고 개탄했다.

올해로 우리나이 팔순을 맞은 이구열 선생은 문화계에서 ‘거북씨’라는 애칭으로 통한다. 민국일보, 경향신문, 서울신문, 대한일보 문화부 기자로 일하면서 선생은 충실한 자료를 바탕으로 앞서의 ‘한국문화재 비화(’한국문화재 수난사‘로 개작)’를 비롯해 ‘한국근대미술산고’, ‘북한미술 50년’, ‘우리 근대미술 뒷이야기’ 등 많은 문화와 관련한 책들을 썼다. 현재도 문화재위원회 위원과 한국근대미술연구소 소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가 1974년 출간한 ‘나혜석 일대기’를 37년이 지난, 5일 ‘나혜석, 그녀 불꽃같은 생애를 그리다’라는 제목으로 다시 펴냈다.

전작에서 나혜석의 사망 시점을 ‘1946년 50세, 사망’으로 잘못 기재했던 것을 이번에 ‘1948년 12월 10일, 서울시립 자제원에서 53세로 사망’이란 확실한 기록으로 바로잡았다. 그리고 전에 공개하지 못했던 나혜석의 미국 여행 원고와 위자료 청구 소송문 등을 새로 보완했다.

“나혜석이 남긴 삶을 정신없이 뒤쫓으며 느꼈던 37년 전 전율을 이번에 새로 쓰면서도 여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대를 앞서간 그의 글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시대가 포용하지 못했던 나혜석의 불꽃같은 삶을 미술사에 부각시키고 싶었던 선생의 소회다. 나혜석이 1928년경 그린 유화 ‘자화상’을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 선생은 이번에 출간된 책의 첫 페이지에 1974년 처음 공개된 나혜석의 자화상을 실었다.

선생은 오는 14일 나혜석 생가 터가 있는 수원시 행궁동 주민센터에서 나혜석기념사업회가 제정한 ‘나혜석 학술상’의 특별상을 받을 예정이다. 나혜석에 관한 그간의 연구 공로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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