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해병대에 지원하는 청년들이 증가했다는 보도는 우리를 훈훈하게 했다.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던 청년들의 애국심을 확인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특히 드라마 ‘시크릿가든’에 출연해 여성팬들 사이에서 ‘우리 현빈’으로 통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탤런트 현빈이 해병대에 지원입대한 후 해병대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현역 해병들은 물론 해병대 전역자들까지도 해병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사실 해병은 자부심을 가질만한 특수부대다.
그런데 지난 4일 해병대 답지 않은 사고가 발생했다. 강화도 해병대 해안소초에서 김모 상병이 총기 난사사건을 벌여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사고 원인은 상하간의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단결이 잘되기로 소문난 해병대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국방부 발표에 따르면 김상병이 사고를 저지른 것은 어처구니없게도 ‘기수 열외’라는 전통 때문이란다.
기수열외란 특정 병사를 집단적으로 따돌리는 해병대 특유의 조직문화라고 한다. 기수 열외로 찍힌 당사자는 ‘투명인간’이나 ‘유령’ 취급을 당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후임들로부터 반말을 듣고 구타나 가혹행위를 당하기 일쑤라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해병대에 어울리지 않는 잘못된 전통이다. 김상병을 동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김 상병이 자필로 “너무 괴로워요. 죽고 싶어요. 더 이상은 구타, 왕따, 기수 열외가 없어져야 해요라고 적었다”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기수열외, 구타, 가혹행위 등 잘못된 전통의 근절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는 막강 해병대의 전투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로 인해 아까운 젊은 병사가 4명이나 죽고 2명이 부상을 당하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는가?
기수열외라는 못된 전통은 심리적 압박감과 박탈감을 주고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범죄행위이기도 하다. 기수열외라는 왕따행위는 학교에서도 자행되고 있다.
일본의 ‘이지메’라는 그릇된 문화가 군대까지 흘러들어간 것인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해병대는 이제라도 지난 3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대로 정기적인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구타·가혹행위 관련 지휘책임 원칙을 수립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