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발족한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면서 또다시 시·군 통합 논의가 불거지고 있다. 추진위는 주민의사를 반영해 내년 4월까지 시·군·구 통합안을, 6월까지 통합기본계획을 마련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그리고 2013년 6월까지 지방의회 의견을 듣거나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 여부를 결정한 뒤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군수를 뽑는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시·군 통합문제는 내년 4월 총선과 맞물려 지역의 최대 정치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경기도내에서 통합에 적극적인 지역은 수원시와 안양시 등이다. 반면에 화성시와 의왕시 등은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화성·오산시와의 통합을 원하고 있는 수원시의 경우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달 30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3개 시 주민의 60% 이상이 통합에 찬성하는 만큼 문화적 정서적 교류를 활성화해 통합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화성시는 회의적이다. 채인석 화성시장은 이러한 염 시장 발언을 빗대어 “본질은 그게 아니다. 또 다른 갈등의 불씨이고 정치 놀음”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화성시는 3개시가 통합하면 광역시도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구와 지역만 늘어나 지역갈등이 심화되고 효율적인 행정서비스를 펼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 수원의 변두리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오산시도 통합에 부정적이다. 곽상욱 오산시장은 최근 “기형적인 대도시 통합은 주민 자치 기능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반대견해를 밝혔다.
따라서 수원권 통합은 수원의 기대와는 달리 화성과 오산의 반대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9년 3개 시 통합을 기대했다가 무산된 안양시는 군포·의왕과의 통합에 적극적이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3개 시 통합은 분리된 과거를 되찾는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통합에 찬성하고 있다. 군포시도 원칙적으로는 찬성한다면서도 조심스런 입장이다. 김윤주 군포시장은 “안양·군포·의왕 3개 시는 생활권이 같아서 원칙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와는 달리 김성제 의왕시장은 반대 입장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행정체계 개편작업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이다. 또 3개 시가 통합될 경우 하수처리장, 쓰레기소각장 등 기피시설이 의왕으로 이전되는 등 변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김 시장의 주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 지역의 통합 논의는 무엇보다 주민들의 의견이 우선돼야 한다. 주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뒤에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지역이기주의가 개입된 통합 논의는 자칫 지역간 갈등만 부추길 수도 있다. 또 중심에서 변방으로 밀릴 것으로 우려하는 자치단체에 문화적 동질성을 아무리 강조해 봐야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