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칭 ‘증권가 찌라시’라는 것이 있다. 민감한 정·재계 소식부터 연예인 뒷얘기까지, 안 다루는 소식이 없다는 정보지로 대표적인 ‘카더라 통신’이다. 주요 고객은 정치인이나 기업체 간부들이다. 이유는 사소한 소문이라도 모르는 것 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비록 떠도는 소문을 수집한 것에 불과하더라도 모를 경우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있어 이런 찌라시가 유통된다는 것이다.
찌라시보다 나을 것이 없는 것이 이른바 ‘황색저널’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황색저널은 주로 유명인들의 사생활과 관련된 추문이나 비밀을 몰래 캐내고 폭로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으로 일명 ‘열쇠구멍 저널리즘’이라고도 불린다. 1889년 미국의 신문 재벌 허스트의 ‘모닝 저널’이 당시 인기를 끌던 퓰리처의 ‘뉴욕 월드’ 일요판 만화 ‘옐로 키드’의 스텝을 그대로 빼내 동시에 두 잡지가 경쟁을 하게 된데서 유래한다. 168년간 국민적 인기를 누려온 영국의 일요 신문인 ‘뉴스오브더월드(NoW)가 황색저널리즘의 유혹에 끌려다니다 끝내 문을 닫게 됐다. NoW는 취재 과정에서 불법 전화 해킹을 벌이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자 소유주인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 신문의 전격 폐간을 결정한 것이다. 2007년 4월 NoW의 불법 취재 관행이 처음 드러난 뒤 4년여 만의 일이다.
이번 휴대전화 해킹사건으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NoW의 전 편집장인 앤디 쿨슨과의 관계 때문이다. 쿨슨은 NoW의 편집장을 맡고 있던 2007년 1월 왕실 담당 기자가 왕실 측근의 휴대전화 음성메시지를 해킹한 혐의로 4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어려움에 빠진 쿨슨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은 당시 야당이었던 보수당의 캐머런 당수였다.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캐머런의 공보담당자로 임명된 쿨슨은 캐머런에 대한 언론계, 특히 타블로이드 신문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일간 ‘더선’이 노동당 지지에서 보수당 지지로 돌아선 것도 쿨슨의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급기야 캐머런 총리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의 진실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국정 조사에 착수하고 언론 윤리 등을 살펴볼 별도 조사도 벌이겠다고 말했다. 황색저널의 폐해는 이처럼 엄청나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