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마침내 ‘노터치(no touch,학생 체벌 금지)’ 정책을 폐지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1998년 이 정책을 도입한지 13년만이다. 영국 정부는 학교폭력 등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을 제재하고 학생들의 교권 침해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학생에 대한 일체의 신체접촉을 금했던 ‘노터치’규정을 폐지하고 9월부터 새로운 지침을 적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교사는 제멋대로 구는 학생을 통제하기 위해 적절한 수준의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당시 노동당 정부시절 ‘노 터치’정책이 시행되면서 폭력적 성향을 보이는 학생들이 급증했고, 이로 인해 교권이 추락하고 학생 피해가 증가하는 등의 문제가 생겼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폭력적 행동으로 정학 처분을 받은 영국 학생은 하루 평균 1천여 명으로 이는 2009년과 비교하면 2배나 늘어난 수치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노터치 규정으로 인해 이런 폭력행위가 교실에서 벌어져도 학생들을 직접 제지할 수 없었고, 교실 분위기가 점차 험악해지면서 지난해에는 44명의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영국 교육부에서 기존의 정책을 폐기하고 교사들이 교실에서 규율을 유지하는 데 걸림돌이 됐던 불필요한 요소들을 대거 삭제한 새로운 교사행동지침서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영국 교육부가 10일 내놓은 52쪽 분량의 새 교사행동지침은 제멋대로 행동하는 학생을 제지하기 위해 합리적 수준의 물리력을 전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마약·술·무기류를 훔친 물건 등의 소지 여부를 알기 위해 학생 동의 없이 가방과 사물함을 조사할 수도 있게 했다. 이러한 영국의 경우를 보면서 감정적 체벌은 결코 허용해서는 안 되겠지 만 대다수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학교현장에서의 폭력사태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이성적인 물리력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체벌 전면금지가 시행된 지 얼마 안 된 우리나라에서도 벌써부터 각종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영국의 결정은 결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진보 성향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3월부터 직접 체벌은 물론이고 엎드려 뻗치기나 운동장 돌기 같은 간접 체벌도 금지하는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가뜩이나 무너져가고 있는 공교육 현장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사랑의 매’는 필요하다. 최근에 남양주시에서 일어난 일명 ‘엎드려뻗쳐’ 사건에 대한 교사 징계를 두고 여론이 한바탕 시끄러웠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무조건적인 체벌금지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영국 교육계의 13년 시행착오가 주는 교훈을 똑바로 보고 이 기회에 체벌 전면금지에 대한 대폭적인 수정으로 공교육을 살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