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제안해 국가기간교통망계획에 포함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는 땅 속 깊은 곳을 통과해 건설에 따른 보상비가 적게들고 체증이 없는 미래의 교통망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온 GTX 사업이 복병을 만나게 됐다. 땅속 보상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 때문이다. 자칫 토지보상문제에 휘말릴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계획 자체를 원점으로 되돌려야 하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경기도 도시주택포럼·경실련 경기도협의회 공동주최로 13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경기도의 미래상, 비전과 전망’ 이란 토론회에서 변창흠 세종대 교수(행정학)가 지난 1월 대구지법의 판결을 소개하면서 밝혀졌다. 변 교수는 “현행 도시철도법과 시행령은 토지 이용을 방해하는 정도에 따라 지하구간도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실제 소송에서도 지주가 승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열린 대구지법 제22 민사단독 이지현 판사의 판결내용을 보면 원고인 여모씨(53·여)는 중부내륙고속도로 공사를 하던 도로공사가 경북 성주에 있는 자신의 임야 밑으로 터널을 뚫으면서 지하 22~96m 깊이에 있던 흙과 돌을 파내 이를 가공, 고속도로 건설현장의 콘크리트용 조골재로 사용하자 1억2천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판결이 GTX 공사구간에 적용된다면 고양 킨텍스~동탄신도시(74.8㎞), 의정부~군포 금정(49.3㎞), 청량리~인천 송도(49.9㎞) 등 총 연장 174㎞에 달하는 땅속 보상비 증액이 불가피해 진다. GTX 건설을 핵심공약으로 내건 김문수 지사는 지하 40~50m에 터널을 뚫고 광역급행철도를 평균 시속 100㎞로 달리도록 하자는 구상으로, 경기도는 그동안 지하 40m 이하는 토지소유권이 없어 보상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홍보해왔다.
도는 “GTX 노선이 공공용지 지하를 통과하기 때문에 보상문제로부터 자유롭고 간혹 사유지를 통과하더라도 일정한 보상비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토론회에서 변 교수는 “GTX는 주택과 건축물의 지하를 관통하기 때문에 모든 소유자와 협의 또는 수용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아파트 단지를 관통할 경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GTX 구간을 자기 지역으로 연장하려는 자치단체장이 늘고 있고 김 지사는 GTX 사업을 빨리 추진하라고 정부쪽에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을 염두에 두고 야심차게 추진해온 GTX 사업이 치밀한 계획 부족으로 보상비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나 계획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 위기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