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7 (금)

  •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대전 24.5℃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흐림제주 29.7℃
  • 흐림강화 22.9℃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기고] 보이스피싱 예방, 젊은 세대 노력 필요

 

삼국유사를 보면 터가 좋은 남의 집이 탐이나 교묘하게 사람들을 속여 그 집을 가로챈 석탈해의 기록이 나온다. 이상하게도 후일 그는 영특한(?)사람으로 평가 돼 당시 사로국의 왕이었던 남해왕의 사위가 되지만, 지금의 관점으로 보자면 사람들을 속여 재산을 부정하게 가로챈 사기꾼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튼 이처럼 오랜 상고시대에도 사기꾼들이 이 땅에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흔히들 매춘을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으로 들지만, 사기꾼 또한 그 순위를 매기기 힘들만큼 오래된 직업군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사기꾼들은 그 수법이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사기수법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정보소외계층’들은 속을 수 밖에없다.

최근 전화금융사기, 일명 ‘보이스 피싱’이 대한민국 사회를 흔들고 있다. 전화로 공신력이 있는 공공기관을 사칭, 돈을 가로채는 사기꾼들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우체국과 경찰서다. 이 두기관은 공공기관 중에서 관서수가 가장 많다. 한마디로 국민과 친근한 기관이란 뜻이다.

이러다 보니 사기꾼들이 전화를 걸어와 ‘우체국입니다’ 때로는 ‘경찰서입니다’라고 하니 사람들이 너무도 쉽게 속아 넘어간 것이다. 대표유형은 우체국을 사칭, ‘택배 반송이나 신용카드 발급됐다’거나 경찰을 사칭,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으니 긴급히 계좌의 돈을 안전한 곳으로 이체시켜야 한다’는 수법들이다. 자신들의 사기계좌로 돈을 이체시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우체국뿐 아니라 농협이나 일반은행, 권력기관 등 사칭하는 곳의 범위가 넓어지기는 했지만 기본 구조는 그대로이다.

초기에는 이같은 수법에 많은 국민이 피해를 입었다. 심지어 젊은 사람들도 속아 대학 등록금이나 결혼자금을 날려버리는 사례가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범죄수법이 오래갈리 없다. 발달된 미디어 덕에 이러한 사기방법은 금세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그 내용을 알게 되면서 피해는 크게 줄었다.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어눌한 말투로 우체국이나 경찰임을 밝히면 단번에 사기꾼들의 전화인지 알 정도다.

하지만 아직도 이러한 사기에 속는 피해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신문과 방송 등에서 연일 피해사례를 알리고, 예방 수칙을 전파해도 여전히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특히 나이 드신 어른들에게서 유독 이러한 피해가 많다. 바로 이들이 정보에 소외된 계층이기 때문이다. TV나 신문을 자주 접하지 않는데다, 최근 발달한 인터넷매체에는 거의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어르신들은 여전히 이런 사기수법에 눈이 어두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문·방송에서 그렇게 많이 이야기했으니 이젠 다들 잘 알고 있겠지?’ 라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아직도 우체국으로 자신의 신용카드를 왜 허락도 없이 발급했냐고 따지는 전화가 하루에도 몇 건씩 오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참고로 우체국은 관련법에 따라 신용카드업무를 취급하지 않는다.)

이러한 정보소외계층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가정 내의 또는 지역사회의 젊은 세대들이 나서야 한다. 자녀들이, 때론 이웃에서 부모님과 이웃 어르신들에게 직접 사례를 알려주고 당부의 말을 전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최근 우체국에서는 홀로계신 어르신들을 위해 지역 내 경로당과 양로원등을 다니며 관련 사례 등을 직접 영상으로 보여주며 순회교육도 하고 요청이 있을 경우 관련 교육 자료를 대여해주기도 한다.

보이스피싱사기의 범인들은 물리적으로 직접 돈을 가로챌 수 없다. 다만 세치 혀로 사람을 속여 피해자가 직접 돈을 주게끔 만드는 것이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부끄러움과 자책감에 자식들 앞에 얼굴을 들지 못하고 심지어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내가 알고 있으니 다 알고 있겠지’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말이 나온 김에 오늘 당장 시골에 계신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보는 건 어떨까?

/이철웅 경인지방우정청 금융검사과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