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라면은 1958년,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 1910~2007)라는 타이완(臺灣) 출신의 귀화 일본인이 처음 개발했다. 라면은 본래 중국음식으로 한자로는 ‘납면(拉麵)’ 또는 ‘노면(老麵)’, ‘유면(柳麵)’이라고도 했다. 납면은 중국 북방의 국수로 밀가루 반죽을 칼로 썰지 않고 손으로 잡아 늘리면서 면발을 만드는 국수다. 이 ‘납면(拉麵)’을 중국 발음으로 하면 ‘라미엔’, 일본 발음으론 ‘라멘’, 한국 발음으론 ‘라면’이 된다.
메이지(明治)유신 직후인 1870년대 요코하마(橫濱) 등 일본의 개항장에 들어온 중국 사람들이 라면을 노점에서 만들어 팔면서 일본에 라면이 처음 알려지게 됐다. 당시에는 라면이란 명칭이 아니고 ‘지나(支那)소바’등으로 불렸다.
안도 모모후쿠가 창업한 닛신(日淸) 식품에서 개발한 ‘치킨 라멘’은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인스턴트 라면의 출시와 함께 ‘지나소바’ 등으로 불리던 라면의 명칭도 ‘라멘’으로 통일됐다. 이어 1971년에 컵라면도 최초로 개발한 닛신식품은 2002년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인 JAXA와 함께 우주용 라면 개발에 성공한다. 아주 오래전(약 2천500년 전으로 추측) 중앙아시아 초원을 오갔던 유목민의 주방에서 비롯된 국수가 이제는 우주로 떠나는 21세기의 여행 식량이 됐다. 이처럼 국수는 인류의 노마드(nomad)적 필요와 상상력과 결합해 진화해왔다.
중국 산시(山西)성은 ‘국수의 고향’으로 불린다. 그만큼 모든 종류의 국수는 이곳에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여행객의 눈길을 끄는 것은 산시 국수의 시초라는 ‘도삭면(刀削麵)’이다. 주방장이 한쪽 팔에 밀반죽이 붙어있는 판을 들고 냄비 앞에 서서 반죽을 사각형 칼로 잽싸게 깎아 면발을 뽑는 모습은 신기(神技)에 가깝다. 그리고 우리에게 친숙한 것으로는 앞서 ‘라미엔’으로 불리는 ‘수타면(手打麵)’이 있다.
안성시가 세계 각국의 면 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누들(noodle) 테마거리’를 공도읍 승두리에 국내 최초로 조성한다고 18일 밝혔다. 안성은 예전 삼남대로의 길목으로 시장이 유명했던 곳이다. 삼남지방에서 서울로 가려면 반드시 안성을 거쳐야 했을 만큼 교통의 요지였다. 국수가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발달한 것처럼 안성에 누들거리가 조성된다니 어쩌면 길 따라 생겨난 또 하나의 인연인지도 모르겠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