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진학을 위해 꼭 치러야 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학국교육과정평가원이란 기관에서 문제를 출제한다. 매년 전국에서 70만 명에 가까운 대입 응시생들이 평가원이 제공하는 문제를 풀게되며 그 결과에 따라 이제 세상살이를 시작하는 젊은 세대들의 장래가 어느정도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본다면 평가원의 시험문제 출제는 그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수가 없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의 시험관리가 부실과 비리로 얼룩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난 것으로 수능관련 핵심 유관기관들의 기강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 새삼 일깨운다. 공정성이 생명인 국가시험이 허술하게 관리되었다는 사실 역시 충격적이다. 교육과정평가원의 시험관리 감사결과를 보면 어처구니없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대입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 11명이 지난 4년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을 맡았다고 한다. 또 비평준화 지역 고입선발고사에서도 시험을 치르는 자녀를 둔 5명의 교사가 출제과정에 포함됐다. ‘수능 응시 자녀가 없다’는 거짓 확인서를 쓰고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가원은 주민등록등본만으로도 걸러낼 수 있는데도 이를 소홀히 했다고 한다.
평가원은 문제 유출 가능성은 없다며 사태 축소에만 급급하고 있지만 교육 당국은 사전 유출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수능에서 수험생의 불만을 샀던 ‘불량 샤프’도 평가원 간부가 규정을 어기고 중국산 제품을 구매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이 간부는 제자가 경영하는 수능 모의평가 문제지 인쇄업체의 종이질이 떨어지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한데다 이 업체 사장의 배우자에게 1천300만원을 건네받아 뇌물수수 혐의까지 받고 있다. 다른 직원 5명도 교과부 장관이나 평가원장이 수능 출제 관리위원을 위해 쓰라고 지급한 격려금 8천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 2월까지 평가원을 지휘했던 전 원장은 이사회 승인 없이 규정을 고치는 편법으로 수당 수 천만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학입시 교재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교육방송공사(EBS)는 수능 교재 값을 비싸게 매겨 학부모들의 부담을 키워온 것으로 드러났다. EBS는 수능 교재 값을 부풀려 2년간 129억 원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 당국은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어물쩍 넘어가려 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고입과 대입의 국가시험은 공정성이 생명인 만큼 공신력이 땅에 떨어진 평가원에 대해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감독기관의 책임은 이보다 더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