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과 결혼하다
린다 리밍 글|송영화 옮김 미다스북스|256쪽|1만3천원.
이 책은 국민총생산(GNP)이 아닌 국민총행복(GNH) 지수를 정책에 반영하는 히말라야 동쪽의 작은 왕국 부탄의 이야기다.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현대문명의 발전도 더디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으로 미국 여성이 여행을 가서 운명적으로 만난 부탄 남자와 결혼하고, 그 세계의 매력에 흠뻑 빠진 저자의 내면적 삶의 모든 경험이 담겨져 있다.
이 책에서는 ‘외부자의 시선으로 본 부탄인들의 삶과 문화’의 모습이 속속들이 보인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부탄에 살고 있는 저자는 국민 소득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정반대에 있는 두 나라에서의 삶을 모두 경험한 것이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물론 저자가 손을 들어준 쪽은 부탄의 삶의 철학이다.
현대 자본주의 물질문명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인간 본연의 정서와 아이덴티티는 무시돼 가고 있는 이 시대에 부탄인들의 삶과 문화는 큰 매력으로 우리를 자극하고 일깨운다.
현대인들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삶은 아마 ‘행복한 삶’일 것이다. 그 행복으로 가는 길에서 부탄이라는 나라와 그 나라 사람들이 보여주는 ‘느림’과 ‘나눔’ 같은 덕목은 경종을 울린다.
편하기 이를 데 없는 첨단 전자기기와 풍족해 넘쳐나는 안락한 현대 한국사회의 우리에게 경제지수로는 가난하다고 할 수 있는 부탄인들의 삶의 보여주며 저자는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행복을 위해 필요한 국가란 어떤 것인 지 생각하게 한다.
“포기하는 것, 물 흐르듯 내버려두는 것, 밀어내는 것, 벗겨내는 것, 추려내는 것이 당신을 더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중략) 당신이 소유한 물건으로 당신은 얼마나 행복한가? 당신은 지금 더없이 행복한가? 새로운 수건 한 세트가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까? 만약 그렇다면 그 행복은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까?”(2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