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에서 단체장이 행사하는 인사권은 막강하다. 공무원들은 인사권자인 단체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일을 열심히 해 조직에서 인정을 받고 정기인사에서 그에 상응하는 인사혜택을 받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 않고 단체장에게 잘보여 출세가도를 달리려는 일부 그릇된 사고방식의 공무원들이 항상 문제다. 그래서 인사권자가 철저하게 인사원칙을 세우고 그에 따라 공평한 인사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단체장들의 인사전횡이 도를 넘어섰다고 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전국 69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조직·인사업무 감사를 벌인 결과 49개 단체에서 101건의 인사비리를 확인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비리가 드러난 전직 구청장 3명 등 전·현직 공직자 9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전직 부단체장·인사팀장 등 13명에 대해 징계와 문책하도록 했다.
전체 240여명의 지자체장 가운데 1/3 정도의 감사에서 이렇게 많은 인사비리가 드러났는데, 나머지 지자체를 모두 감사한다면 비리 내용이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는 추산하고도 남을 일이다. 고질적인 인사비리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승진하려면 몇 백만원에서 몇 천만원의 돈이 필요하다’는 말이 지자체 안팎에서 공공연히 나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방공무원 평정규칙 등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직원들의 근무평정에 일체 관여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규정은 한마디로 유명무실한 것이었다. 전 서울 용산구청장은 2009년 8월 4급 승진인사에서 관내 동장을 승진시키도록 인사팀장에게 지시하고, 인사팀장은 해당 동장에게 만점을 주고 경쟁자의 점수를 낮추는 방법으로 근평을 조작했다.
지자체장들의 이런 인사전횡은 몰염치하고 몰상식한 행위다. 말로는 주민과 지역의 발전을 위해 헌신봉사하겠다면서 자신의 측근과 친인척이나 챙기는 소인배에 불과한 것이다. 지자체장의 이런 불공정한 인사의 폐해는 이루 다 말하기 어렵다.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줄서기와 눈치보기에 급급하도록 내모는 결과를 가져올 것은 불문가지다.
이번에 적발된 전·현직 단체장들을 엄벌해야 한다. 선출직 공직자라고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된다. 지난해 딸을 특혜채용한 사실이 드러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옷을 벗었다. 특혜 인사를 일삼은 자치단체장들도 현직에서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이번 감사에 빠진 나머지 지자체에 대해서도 전면 감사를 벌여 지자체장들의 인사비리를 빠짐없이 가려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