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학을 가는 것보다 고등학교에 가서 취업을 하는 것이 더 쉽다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특성화고가 진학 중심”으로 운영된다며 “특성화고가 가야할 방향이 현실적으로 취업반이 더 많아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특성화 고등학교, 또는 전문계 고등학교는 전문지식과 실기를 익힌 후 취업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 이 대통령은 마이스터고를 언급하면서 “기업과 연결해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에 들어가 야간에 수업하는 학교에 다니면 된다”면서 “굳이 전부가 대학을 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말 자체로만 보면 백번 옳은 말이다.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이 어디까지 되어있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은행과 대기업들이 최근 고졸 사원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은행의 고졸사원 채용은 기업은행에서 시작됐는데 이제 은행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주 18개 은행이 오는 2013년까지 2722명의 고졸 출신을 뽑을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삼성ㆍLGㆍ등 대기업과 롯데마트 등 유통업계들도 고졸사원 채용 인력을 늘리는 등 고졸 채용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언뜻 봐서는 참 고무적인 현상이다. 우선 고졸 취업난 해소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학력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여 바람직하다.
하지만 우려스럽다. 우리사회에 고질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학력 위주의 대우가 먼저 개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고졸 출신은 취업을 하더라도 대졸자에 비해 승진과 보수에서 눈에 띄는 차별대우를 받는다. 고졸 고참이 한참 뒤에 들어온 대졸 후배에게 승진에서 추월당하는 설움을 받고 있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차별을 그대로 두고 인력 몇 명을 채용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실무분야를 들여다보면 특성화고 졸업자가 대졸보다 실무에 밝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고졸자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기업의 의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며 정부의 정책도 획기적으로 변화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임금과 승진에서의 차별을 개선하는 법적·제도적 바탕을 마련해야한다. 아울러 일부 기업들이 직장 내에서의 지속적인 전문 교육을 통해 성적 우수자들을 승진시키고 있는 것처럼 고졸자들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기회를 줘야한다. 형편이 어려워 대학에 못 간 것만도 서러운데 직장에서 차별대우까지 받게 되면 정말 이 나라가 싫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