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줄기차게 쏟아진다. 기상청에 따르면 26일부터 29일까지 서울 등 수도권의 강수량을 합치면 700mm에 육박해 연평균 전국 강수량(1천350mm)의 절반이 4일간 내리는 셈이라고 한다. 서울에는 기상관측 이래 104년 만에 7월 중 이틀(26~27일) 강우량으로는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시간당 100mm 이상의 비는 100년에 한두 번 나타날까 말까한 폭우다. 27일 오전 7시부터 8시까지 한 시간 동안 관악구에는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 비를 포함해 10시까지 3시간동안 관악구에 내린 비는 202mm, 서초구 161㎜, 강남구에도 142㎜를 기록했다. 올 들어 장마가 유난스럽다. 하염없이 길게 내리는 것도 그렇고, 내렸다 하면 폭우다. 우리나라에서 ‘장마’라는 말이 언제부터 무슨 의미로 사용됐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다. 다만 어원에 대한 학a자들 간에 견해가 있을 뿐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흙비’를 의미하는 ‘림우(霖雨)’ 또는 ‘음우(淫雨,陰雨)’ 등의 다양한 표현이 자주 보인다. 또 한문교습에 사용됐던 ‘훈몽자회(訓蒙字會,1527년)’나 ‘신증유합(新增類合,1576년)’ 등에 ‘댱??림(霖)’이라는 주석을 단 것으로 봐서 ‘댱맣’에??차츰 ‘장마’로 변해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여기서 ‘댱’??길다(長)는 뜻이고 ‘맣’은 물의 옛말로 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가장 설득력이 있다. 옛말에 ‘장마가 짧으면 함경도 갑산 처녀들이 눈물짓고, 장마가 길면 충청도 보은 색시들이 운다’고 했다. 이유인즉 관북지방인 갑산 회령에는 삼(麻)을 키우는데 장마가 짧아 비가 적으면 삼이 잘 자라지 않는다. 삼이 덜 자라 품귀현상을 빚으면 가난한 집 처녀들은 오랑캐에게 팔려갔다. 갑산 처녀들이 삼대를 흔들며 “마야, 어서 길게 자라라(장마·張麻)”라고 통곡한 데서 ‘장마’가 유래됐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과거와 달리 여름 장마의 발생과 소멸 시기가 모호해졌다는 이유로 지난 2009년부터 ‘장마 예보’를 폐지했다. 대신에 우기(雨期)라는 표현을 쓰겠다고 했다. 원래 우기는 태국이나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의 5~10월을 뜻한다. 거의 매일 비가 내리기 때문이다. 장맛비는 그대로인데 아예 여름철 전체를 ‘우기’라고 부르자는 것은 장마의 경계가 사라진 탓이다. 오죽하면 기상청이 장마의 시작과 끝을 예고할 수 없다고 두 손을 들었을까. ‘오뉴월 장마’도 이젠 옛말이 돼버렸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