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외 나갔던 생각이 난다. 공항이 큰 도시처럼 넓어 보이고 들어가는 곳도 나오는 곳도 많고, 안내표지는 많은데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들로 가득해서 막막했던 첫 해외길 공항에 선 내 모습이 생각난다.
내가 처음 공항에 서게 된 그날처럼 낯선 곳으로 찾아올 아이들을 생각하며, 그동안 경기도 각 시군에서 추천 받아 면접을 거쳐 선발된 아이들, 먼 곳까지 물어물어 찾아와 안타깝게 탈락한 아이들, 가정이 조금 어려운 아이들인데 혹시라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외로운 여정을 가는 아이는 없을까? 말썽부리는 녀석은 없을까? 이 생각 저 생각을 이어가면서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아이들을 확인하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아이들을 분주히 찾다보니 어느새 퍼즐을 맞추어졌다. 모두 모여 간단한 인사를 하고 ‘청소년 해외문화체험’ 목적지인 중국으로 향했다. 경기도의 ‘청소년 해외문화체험 사업’은 매년 40~50여명의 도내 모범청소년들에게 해외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고자 2004년부터 경기도청소년육성기금으로 시행하고 있다.
요즘은 많은 청소년들이 해외여행을 접하면서 폭넓은 견문을 바탕으로 국제적 감각을 일찍부터 넓혀가는 추세이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은 이러한 해외문화 체험에서 소외되기 쉬운데, 그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고자 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이다.
상해에 도착한 당일엔 상해임시정부청사, 홍구공원, 신천지, 예원상가를 차례로 둘러보고 상해 서커스를 관람했다. 서로 처음 보는 사이라 서먹한 분위기였지만, 아이들은 한국 근대사의 핵심지역인 상해임시정부청사와 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있었던 홍구공원에서 제법 진지한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금세 친해졌다. 신천지, 예원상가, 상해서커스를 관람하면서 서로 대화도 하고 맘에 맞는 사이끼리 몰려도 다니며 서로의 간격을 좁혀가는 모습이었다.
둘째 날은 상해 시내버스관광, 상해 도시계획관, 아시아에서 제일 높은 방송 관제탑인 ‘동방명주’, 상해야경의 백미인 “빈장대로” 등 상해일정을 마치고 11시간여를 타야하는 북경행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다. 무덥고 다습한 날씨가 여정을 힘들게도 했지만 아이들은 가는 곳마다 호기심을 가지고 화합하고 있었다. 열차 안에서는 서로 좋은 자리를 양보하고 협소한 세면장에서 도와가며 세면을 하는 등 단합되고 진솔한 청춘의 모습을 보면서 고단한 여정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북경에서 맞은 셋째 날. 강행군을 펼친 지난 이틀을 감안해 중국 소수민족의 생활축소판 ‘중화민족원’과 798 예술거리를 둘러보는 가벼운 일정을 마치고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호텔로 향했다.
꿀 같은 휴식 시간을 보내고, 나흘째는 이번 여정에서 아이들의 기대가 가장 컸던 만리장성, 자금성, 천안문 광장을 거쳐 북경의 화려한 노점상 밀집지역인 ‘왕부정거리’를 다녀왔다. 고온다습한 무더위에 아랑곳 않고 씩씩하게 돌아다니는 아이들의 요란한 움직임이 생기발랄하다. 아이들의 열정과 생기발랄함은 여정을 정리하고 그 동안 정들었던 동료와의 대화 시간을 갖고 고국으로 돌아온 마지막 날까지 계속됐다.
그간 경기도의 ‘청소년 해외문화체험 사업’ 성과에 대해 여러 목소리가 있어왔다. 체력적인 문제를 고려하여 중학생을 대상에서 제외하고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해 효과가 미흡하다는 점, 참가 청소년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과제수행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답사전문가를 선정하여야 한다는 의견등이다.
그러나, ‘청소년 해외문화유적 체험 사업’ 업무 담당자로서 직접 청소년들과 동행하면서 얻은 것은사업 시행기관이 연연해하는 ‘성과’가 아니었다.
청소년들은 우리가 정해놓은 체험이나 역사적인 유적지 일정보다 중국의 거리 풍경, 식사 문화에 대해 더 관심이 컸고, 낯선 동료를 만나서 서로 도와주고 의지하며 생활하는 방식을 체험하면서 짧은 기간 크게 성장하고 있었다.
우리가 이 사업을 하면서 근시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해외연수의 기회를 얻기 힘든 청소년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이 그 속에서 스스로 보석을 발견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 앞으로 생활이 어려운 청소년들이 보다 더 많은 체험의 기회를 갖길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양기만 경기도청 아동청소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