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을 생각한다
강원택 외 삼인|출판사 347쪽|1만8천원.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단순한 회고를 넘어 그의 궤적을 찬찬히 검토하고 그 공과 과를 짚어 보자는 취자로 기획된 책이다.
책에서는 김대중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정치인에서부터 그와 다소 거리를 뒀던 학자와 사회운동가, 그리고 보수 정당의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많은 저명인사들이 등장한다.
저자들의 다양한 면면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투영돼 나타나고 있다.
우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호의적이고 긍정적인 시선을 가진 이들은 그를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점에 입을 모은다. 헌정 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 교체에서부터 IMF 위기의 성공적 극복, 최초의 남북정상회담 성사, 노벨 평화상 수상 그리고 인권·환경·복지·여성 등 각 분야에 두드러진 업적을 남겼으며 준비된 대통령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점을 말한다.
그러나 시민사회운동가와 몇몇 학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정한 한계는 그저 상황 논리로 돌리기에는 근본적이며 치명적인 성질의 것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흔히 그의 치적으로 꼽히는 IMF 구제금융 위기 극복도 사실 현재 점증하는 빈부격차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비정규직의 양산과 실업,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도 씻을 수 없는 짐을 국민들에게 지웠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긍정과 부정이라는 이분법만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분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들의 다양한 이력은 글에도 나타나 있어 여러 관점에서 그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있다.
책은 다양한 평가의 편차는 역설적이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논쟁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그의 이름 석자를 빼면 한국 현대사를 제대로 말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