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낯선 곳이 그립다
하정아 글·사진|푸른길296쪽|1만4천원.
때로는 이유도 없이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핸드폰을 오래 꺼놓았다가 다시 켰는데, 부재중 전화는커넝 문자 한 통 와 있지 않을 때 ‘어느 누구에게도 그저 그런 사람인가보다’라며 핸드폰의 전화번호부를 뒤적이며 쓸쓸함에 젖는다.
내 마음을 추스르지 못해 상념에 빠져있을 때 저자의 글은 우리에게 나지막하게 말한다.
‘그래, 내가 먼저 전화해서 안부해야지. 지금 이 시간 그들도 나처럼 외로울지 모르니.’
이 책은 수필가 하정아가 외로운 사람들에게 건네는 전화 한 통 같은 글을 모아 놓은 산문집이다. 저자는 그렇게 일상생활에서 문득문득 다가오는 소소한 생각들을 허물없는 문체로 써내려 가고 있다.
오래전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그 곳에서 줄곧 글을 써오고 있는 저자는 책을 시작하는 머리말에서 “이미 글을 쓰는 것이 스스로를 표현하는 수단이자 세상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나름의 방식”이라고 고백했다.
글에서 보이는 그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은 긍정적이며 따뜻하다. 누구나 외롭고, 세상에 대해 부정하고 싶은 순간에 부딪치지만 그런 것 역시 삶의 일부분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이 책을 통해 글을 쓰는 그도, 읽는 사람들도 위로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