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저녁, 전북 김제 모악산에 있는 천년고찰 금산사에서는 ‘내비둬 콘서트’가 열렸다. 금산사 템플스테이 행사 가운데 하나로 열린 콘서트의 제목인 ‘내비둬’는 말 그대로 ‘내버려 두라’는 뜻이다. 콘서트는 ‘섬진강 시인’으로 알려진 김용택 시인이 게스트로 초대돼 일감 스님과의 토크쇼를 중심으로 퓨전밴드 ‘이창선 대금스타일’, 인디밴드 ‘노스텔지어’의 음악이 100여 명의 템플스테이 참가자들과 어우러졌다. 범상치 않은 콘서트 제목이 말해주듯 오프닝은 국악인 최재구가 1년간 40kg 감량 경험을 살린 창작 판소리 ‘한 맺힌 다이어트’를 부르는 등 각양각색의 파격으로 즐거움을 선사했다. ‘최 도사는 ’내비도‘의 교주이다. 그러나 교회도 성직자도 헌금도 없다. 그의 집 반 평 남짓한 툇마루 윗벽에 누군가 써준 이 교의 이름이 적힌 족자가 걸려 있을 뿐이다.
그는 다른 교의 교주들처럼 주말에만 일하고 평일에는 자신의 본당(本堂?)인 ’잠잠 산방‘에 머물러 있다. 여기서의 ’잠‘이란 그냥 우리말 잠이다. ’잠을 자고 잠을 잔다‘는 뜻의 ’잠잠 산방‘이다. 여름에는 햇볕을 피해 정자에 누웠다가 건넌방 툇마루로 옮겨 앉았다가 해질 무렵 평상에 앉으면 하루가 가고, 겨울에는 거꾸로 햇볕을 따라 마당에 앉았다가 툇마루로 갔다가 정자로 가면 하루가 금방 간다고 그가 말했다. 이쯤 되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볕이 가리니 비켜달라”고 말했던 디오게네스가 울고 갈지도 모르겠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내비도를 아십니까’에서- 올해 초쯤으로 기억된다. 우연히 아침 TV방송에서 지리산 의신 마을에 사는 최 도사가 화면에 비쳤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공지영의 글로 대충은 알고 있던 터라 관심을 갖고 보게 됐다.
화면에는 최 도사의 본명이 자막으로 나왔지 만 여기선 굳이 밝히지 않겠다. 그것은 어쩌면 그가 말하는 ‘내비도’의 교리(敎理?)에 어긋나는 것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물론 세상에는 자신을 감추고 사는 ‘방외거사(方外居士)’들이 의외로 꽤 있다. 달리 말하면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인 셈인데 이들이 있어 건조한 일상이 때로는 흐뭇해지고 즐거운 위안을 받기도 한다. 물벼락과 찜통더위로 가뜩이나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복중(伏中) 한여름이다. 짜증날수록 무거워진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 지혜가 필요하다. 템플스테이나 ‘내비도’는 이럴 때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