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12월에 개봉돼 파문을 일으킨 영화 ‘죽어도 좋아’는 70대 노인들의 사랑과 성을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솔직하게 표현해 화제가 됐다.
2002년 칸느영화제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비경쟁부문 ‘비평가주간’에 진출했는데 프랑스의 리베라시옹은 “에로틱한 감동으로 관객을 동요시키는 사랑에 대한 찬가다”라는 평을 하기도 했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준 충격은 컸다. 지금까지 우리사회는 노인들을 성적으로 무성이나 중성으로만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통해 노인들도 청년만큼은 못하지만 성적이 욕구가 크다는 것이 공론화 됐고, 한동안 노인 성문제는 우리사회의 화제가 됐다.
그런데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이 지난 3월에 도내 65~84세 남녀노인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인 성생활 실태 심층면접조사와 설문조사 결과물이 최근 발표돼 또 다시 눈길을 끌고 있다.
‘노인의 성생활 실태와 정책지원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65~84세 노인 가운데 성생활중인 남성 노인은 50%, 여성노인은 26%나 된다는 것이다.
특히 배우자가 있는 경우 남성은 70.0%, 여성은 61.4%가 성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로서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2010년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550만6천352명이다. 전체 인구의 10.9%나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른에게 ‘오래 오래 장수하십시오’라고 하는 말을 가장 큰 덕담으로 친다.
그런데 정작 노인들을 수용할 사회적 기반과 인식은 매우 취약한 게 현실이다.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 연구진들이 ‘빠른 압축적 고령화’라고 표현했는데 이에 비해 노인을 위한 정책은 아주 느리고 느슨한 진보를 하고 있다.
따라서 ‘빠른 압축적 고령화’시대를 맞아 노인 스스로의 성에 대한 가치관 정립과 함께 정부나 지역사회의 노인의 성문제에 대한 현황파악과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도 가족여성연구원 연구진은 노인의 건강한 성생활을 위한 정책방안으로 노인층의 양성평등한 성교육 지원과 성상담 확대를 제안하고 있다. ▲노인 성교육 전문가 및 상담사 육성 지원 ▲노년기 부부관계 프로그램의 개발과 지원 ▲노년의 성과 재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제고 ▲노인층 주도의 건전한 성문화 운동 지원 등의 정책방안을 제시했다. 늙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근원적 욕구 존재 자체를 외면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노인들을 더 외롭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