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심각한 병폐는 분야를 막론하고 주객(主客)이 뒤바뀌고 본말(本末)이 전도되고 있는 현상이다. 근래 다양한 분야에서 그와 같은 사례를 목격하게 된다.
우선, 청와대 부속실장의 향응사건을 대하는 청와대의 시각은 본말전도의 극치를 보여준다. 양 실장이 지방에서 술 접대를 받던 날은 공교롭게도 화물연대의 파업이 시작된 날이었다. 그런 시기에 청와대 인사가 술 접대를 받으며 날을 세운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그의 사표처리를 뒤로 미루고, 과연 누가 어떤 목적으로 몰래카메라를 들이댔으며, 언론에 제보했느냐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자료를 제보 받은 SBS의 보도태도 또한 문제다. SBS는 제보 내용을 그대로 내보낼 경우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명예훼손의 가능성이 있음을 간파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보도한 것은 방송 본연의 목적을 의심케 한다. 방송보도에 있어 최우선의 목적은 특종이 아니라 인권보호가 돼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또 다시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지금 우리나라는 대내·외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불황에 빠진 경제는 회생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그밖에 국방, 외교 등의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국정의 우선순위가 마치 언론 길들이기 인양 연일 언론비판으로 날을 지세고 있다.
대북송금과 150억 비자금 특검 역시 어떤 의미에서는 본말 뒤집기의 수순을 밟아 온 측면이 있다. 아직 결론이 나오진 않았지만 현재로선 수사의 방향이 정부의 책임을 기업과 기업가에게 떠넘기고, 남북교류라는 민족적 과제를 단지 실정법의 차원에서 접근해서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시킨 것으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말전도가 횡행하는 사이에 도처에서 집단이기주의가 창궐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은 연이어 삶을 포기하고, 심지어 사회지도층인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마저 극단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등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원칙이 살아 숨쉬는 사회, 본말과 주객이 바로서는 사회, 수단과 목적이 혼동되지 않는 사회라야 비로소 미래의 희망을 얘기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