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 물가와 취업난 등으로 생활이 팍팍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의 신용등급하락과 유럽쪽의 국가재정난 등 작금의 국제 정세도 우리의 현재를 압박하고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11일 두 달째 기준 금리를 연 3.25%로 동결했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물가를 보면 금리 정상화가 긴급한 상황이지만 한은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불확실성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뜻하지 않은 대외충격에 다시 ‘성장’이냐 ‘물가’냐의 딜레마에 빠졌다. 이달 금리 동결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 정상화가 지연될수록 물가 안정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물가 불안은 이미 서민층에겐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올해 들어 7개월째 4%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3.8% 올라 2009년 5월(3.9%) 이후 2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일, 채소, 육류, 계란 등 식탁물가는 지표 물가보다 더 고통스럽다. 지난달 신선채소류 물가를 보면 전월 대비 21.5%를 기록,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5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고 한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는 7월 중 6.5%나 뛰었다. 긴 장마와 기습 폭우의 영향 때문이다. 채소 대란이 우려된다. 이달 부터는 전기요금이 평균 4.9% 올라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커졌다. 지방 공공요금도 들썩이고 있고 다음달에는 추석이 끼여있다. 물가가 더욱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미국 발 쇼크는 우리 경제를 또 불안에 떨게하고 있다. 미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0.4%포인트 줄어든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은 4.0%대 성장이 어렵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대외 충격에 금융.외환시장은 물론 실물경제가 충격을 받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 수출 일변도의 성장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경제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내수를 확대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수출-내수의 불균형은 경제구조를 취약하게 할 뿐 아니라 소득 양극화를 초래해 사회의 불안요소가 된다.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은채 수출만 늘어남으로써 성장의 혜택이 주로 대기업과 수출기업 등에만 돌아가면 전체적인 국민의 체감경기는 좋아질 수 없다. 내수 확대를 위해선 고용창출 효과가 큰 교육, 의료 등 서비스산업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 서비스산업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도 해소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