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5일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로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조정하였다. 이후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주가가 곤두박질하고 환율이 큰 폭으로 요동쳤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주가 폭락과 환율 급변동은 2008년 9월 미국의 증권회사인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에도 경험한 바 있다.
전 세계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는 당연히 어려워진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이 있었던 2008년 4분기에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동기에 비해 3.3% 감소하였고 2009년 1분기와 2분기에도 각각 4.2%와 2.1% 감소하였다. 2009년 전체로 보면 경제성장률이 0.3%에 그쳤는데 이는 각각 제2차 석유파동의 영향과 IMF 외환위기의 충격이 있었던 1980년과 1998년의 마이너스 성장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워질 경우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계층은 부와 소득 수준이 낮은 서민이라고 할 수 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극심한 경기위축을 경험한 우리나라 경제는 2009년 하반기 이후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경기회복이 수출대기업에 의해 주도됨에 따라 서민경제는 여전히 어려웠다.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2010년 1월에는 실업률이 5.0%까지 높아졌으며 실업자 수가 백만명을 웃돌았다. 특히 주로 영세 자영업자나 임시직, 일용직 근로자들이 직업을 잃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더 컸다고 할 수 있다. 1997년말 발생한 IMF 외환위기 때는 경상수지 적자나 기업의 높은 부채비율 등 우리나라 경제에 문제가 있어 고통을 입었지만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우리나라 서민들이 평소 들어보지도 못했던 미국의 증권회사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데 따른 영향으로 고통을 입었다. 이번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은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험으로 각국의 자체적인 대응능력이 높아진데다 G20 등을 중심으로 국제공조체계도 잘 갖추어져 있어 전 세계적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이 금융시장 혼란에 그치지 않고 실물경제의 더블 딥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서민경제는 또다시 크게 어려워질 것이다. 자신이 잘못한 것도 아니고, 자신이 속한 기업이나 국가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리먼브러더스라는 증권회사 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라는 신용평가회사에서 비롯되어 경제적 고통을 겪을 수도 있는 것이 우리나라 서민들의 현실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지구촌이라는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무역, 금융 등 경제활동이 국경 없이 이루어지는 글로벌 시대에는 비록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유럽 여러 나라의 재정위기 등과 같은 사건들이 우리나라 서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에서는 글로벌화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글로벌화는 개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진행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실 우리나라는 글로벌화의 이득을 가장 많이 본 나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1960년대 시작된 경제개발 이래 우리나라가 최빈국에서 벗어나 일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는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산업화와 개방화, 즉 글로벌화의 성과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글로벌화는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글로벌 시대에서는 먼 나라에 있는 나비의 날개 짓으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 특히 서민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글로벌화의 이득을 최대한 향유하면서도 그 부작용은 최소화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G20 등 국제사회에 금융위기의 국가간 전염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금융안전망 구축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금융기관에 대해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도입한데 이어 이달부터 일부 외화부채에 대해 외환건전성부담금을 부과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은 국제자본의 과도한 유출입을 완화함으로써 우리나라 경제, 나아가 서민경제가 대외충격에 쉽게 휩쓸리지 않도록 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