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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문지시선’ 400호

1966년 1월 창간호를 내면서 참여문학을 내세운 ‘창작과 비평(창비)’은 70년대에 이르러 무시하지 못할 문단세력을 구축하게 된다. 반면에 나중 ‘문학과 지성(문지)’의 깃발 아래 뭉치게 되는 순수문학 지향 그룹은 여전히 구심점을 찾지 못한 채 개별 활동으로 명맥을 잇고 있었다. 이에 1970년 7월 ‘문지’의 창간은 급속히 이뤄진다. 창간을 주도한 사람은 김현이었다. 순수문학론을 일관되게 옹호해온 김현은 참여론의 ‘창비’에 맞서는 동인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김현은 ‘문지’의 전신이랄 수 있는 ‘산문시대’(1962년), ‘사계’(1966년), ‘68문학’(1968년) 등을 이끈 문학평론가다.

창간을 주도한 김현과 김병익, 김치수 등 서울대 문리대 출신인 이들 세 사람은 마땅한 사무실이 없어 지금의 교보빌딩 자리에 있던 ‘비봉다방’에서 편집회의를 했다.

회의가 끝나면 그들의 발걸음은 으레 청진동 술집으로 향했다. 창간 이듬해엔 독일로 유학을 갔던 김주연이 귀국해 ‘문지’에 합류하면서 이른 바 ‘4K시대’가 열리게 된다.

‘문학과 지성 시인선(문지시선)’ 400호가 다음 달 초에 출간된다. 1977년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를 시작으로 한 해 평균 11.8권의 시집을 내 34년 만에 400권 째의 시집을 내기에 이른 것이다. 국내 시집 총서 가운데 최다 호수를 매번 경신하고 있는 ‘문지시선’은 참여지향적인 ‘창비시선’(333호까지 출간)과 함께 1970년대 이후 한국 현대시의 양대 축을 형성해왔다.

격랑의 현대사 속에서 현실을 응시하면서도 문학의 본령을 지켜내는 시의 흐름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동안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마종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황지우) ‘남해 금산’(이성복) 등 수많은 스테디셀러를 출간했다.

‘문지시선’ 400호는 301∼399호 시집을 냈던 시인들의 시집 가운데 시 한 편씩을 골라서 기념 시선집으로 꾸민다. 앞선 100호, 200호, 300호도 ‘문지시선’에 등장하는 시인의 앤솔러지로 꾸몄다. 이번 400호의 주제는 시로 시인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자는 취지에서 ‘시인의 초상’으로 정했다.

300호대에 시집을 냈던 시인들이 이 주제에 맞는 자신의 시를 한 편씩 추천해 시집으로 묶는다. ‘문지시선’의 시작을 이끌었던 ‘4K’의 취지는 ‘문지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으로부터 시작한다’였다.

/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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