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菜食)’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사찰음식이다.
평택시 포승면에 있는 수도사는 사찰음식으로 꽤 알려진 절집이다.
수도사의 사찰음식 프로그램은 봄에는 봄나물, 여름에는 각종 냉국만들기, 가을에는 두부 만들기, 겨울에는 메주콩 삶기 등 다양하다.
원효대사가 해골 물을 마시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자리에 세워진 수도사에서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해주는 사찰 음식을 배워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비구니 도량(道場)인 수원 봉녕사는 2009년부터 매년 10월에 ‘사찰음식 대향연’을 개최해오고 있다.
본 행사인 사찰음식 경연대회는 개인이나 단체들이 참가해 정갈하고 담백한 사찰음식을 선보인다.
또 역대 큰스님들의 소박한 공양상을 재현하고 사찰음식 전문가 스님들의 강의와 다도(茶道) 시연도 있다.
사찰음식은 음식을 수행의 일부로 여긴 불가에서 자극적인 재료를 빼고 조리한 자연식이다.
따라서 동물성 재료는 물론 불도를 닦는데 금기시되는 ‘오신채(五辛菜)’인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興渠, 무릇)를 사용할 수 없다.
종교적인 신념도 있겠지만 채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웰빙 바람을 타고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채식주의자들에게도 등급이 있다. 최고 등급이라고 할 수 있는 ‘비건(vegan)’은 육류와 관계된 것은 일절 먹지 않는 완전채식주의자로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10%에 지나지 않는다.
‘락토-오보(lacto-ovo)’는 채식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은 고기와 생선은 금하지만 우유와 계란으로 단백질을 보충한다. ‘락토(lacto)’는 ‘락토-오보’보다는 약간 엄격한 부류다.
이들은 우유는 먹지만 생명체로 바뀔 수 있는 계란은 먹지 않는다.
‘페스코(pesco)’는 달걀과 우유는 물론 생선까지 먹는 사람들로 보통 채식에 입문하는 이들이 선택하는 단계다.
‘폴로(pollo)’ 채식주의자들은 닭고기까지 먹는다.
이밖에‘열매주의자(fruitarian)’들은 채소를 먹더라도 생명을 만들어내는 뿌리나 잎은 먹지 않고 열매만을 취한다.
빌 클린턴(65) 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채식주의를 선언했다고 한다.
퇴임 후 두차례에 걸친 심장 수술 후유증으로 건강을 염려해서라는데 그가 선택한 것은 최고 등급인 ‘비건’이라고 한다.
한 때 못 말리는 바람기로 구설에 오르던 그였지만 역시 세월 앞에 장사는 없는가 보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