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터넷, 신문, 방송 등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밀려오는 정보 중에는 올바르고 유용한 정보도 많지만 상업적인 이유로 왜곡되거나 확실한 근거 없이 떠도는 것들도 많이 있다.
이에 피부과 전문의로서 피부와 관련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다.
첫번째, 상처가 났을 때 후시딘, 박트로반, 마데카솔, 알코올, 과산화수소, 포비돈 중 아무거나 바르면 된다?
후시딘, 박트로반, 바시트라신 같은 항생연고는 세균감염이 의심되거나 가능성이 있을 때 바르면 된다. 상처가 깨끗하고 이미 아물어 덮히고 있는 상처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알코올, 포비돈 같은 소독제는 강한 소독력을 가지고 있지만 상당히 따갑고 피부에 자극적이므로 열린 상처에 바로 바르지 말고 상처 주변에 발라야 하며, 상처 자체에는 생리식염수나 증류수 등의 깨끗한 물로 씻어내는 것이 좋다.
과산화수소는 알코올, 포비돈 보다는 덜하지만 연고류 보다는 더한 자극이 있다. 마데카솔은 상처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하지만 항생성분이 없으므로 감염이 의심되는 오염된 상처에 단독으로 바르는 것은 좋지 않다.
두번째, 상처는 공기가 잘 통하게 무조건 말려야 한다?
거의 2천년 동안 상처를 말리는 것이 상처치유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1960년 대 처음으로 건조한 상처보다는 습윤한 상처에서 상처회복이 빠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최근에 이를 이용한 다양한 습윤 드레싱 제재들이 있다.
주의할 점은 너무 습윤하게 할 경우 상처가 짓무를 수 있고 오염된 상처 즉, 세균감염이나 바이러스 감염이 강하게 의심될 때는 이에 대한 치료를 우선해야 한다.
세번째, 피부과 약은 독하다?
어느 과 약물이든 독성이 강한 약이 있고 약한 약이 있다. 하지만 강한 약조차 정확한 진단 하에 적절히 사용한다면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의약 기술의 발달로 부작용은 줄이면서 효과가 좋은 약으로 바뀌고 있다.
예로 무좀치료제로 예전에 쓰였던 ketoconazole은 심한 간독성으로 사라졌고 대신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제로 바꿔 무좀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네번째, 피부과약은 오래 먹으면 안된다?
모든 피부과 약물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스테로이드 같은 경우 고용량으로 오랜 기간 동안 복용하면 반드시 수반되는 부작용 때문에 위험하지만 항히스타민제 같은 경우 오랜 기간 복용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약 종류마다 모두 다른 특성이 있으므로 피부과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독하다고 여겨 환자 임의로 약을 끊거나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다섯번째, 약국에서 파는 종합피부연고는 막 발라도 된다?
‘쎄레스톤-지’ 같은 종합피부연고는 스테로이드와 항생제가 섞여 있다. 아주 강한 스테로이드 연고는 아닐 지라도 계속 얼굴이나 약한 피부에 바를 경우 부작용은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다.
일례로 얼마 전 일부 한의원에서 자연성분이라며 고가의 아토피 화장품을 팔았다. 아토피에 효과가 좋아 고가임에도 엄청난 양이 팔리게 됐는데, 실상은 강한 스테로이드를 몰래 섞어 팔았다. 속속 강한 스테로이드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 들통이 나버렸고, 결국 그 한의원은 문을 닫아버렸다.
따라서 스테로이드가 들어있는 종합피부연고 조차도 진료 없이 임의로 오래 사용할 경우, 곰팡이 감염이나 모낭충증, 안면홍조, 모세혈관 확장, 모낭염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 후에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여섯번째, 때는 반드시 밀어야 하고 비누는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이태리 타올이라는 소위 때수건으로 때를 미는 것을 좋아한다. ‘때’라는 것은 피부의 최외부에 있는 표피의 각질층이 벗겨져 나오는 것이다. 이 각질층은 피부에 보호막을 형성해 외부의 자극이나 수분증발을 막아줘 피부를 촉촉하게 해주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많이 한다.
따라서 무조건 때를 강하게 밀고 비누를 박박 문질러 닦아주는 것은 피부를 손상시키고 예민하게 만들 수 있다. 몸에 오염물질이 많이 묻는 상황, 예를 들면 더러운 것, 자극적인 것, 기름기 많은 것 등이 몸에 묻었을 경우에는 비누를 쓰는 것이 좋지만 개운하다는 이유로 비누나 때수건 등을 강하게 오래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