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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생활 속으로 들어온 농업이야기

 

최근 경기불황 등으로 인해 부동산이 침체기에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언론매체를 통해서 뿐만 아니라 피부로도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눈에 띄는 특화전략으로 분양에 성공한 케이스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한 업체에서 주도한 ‘도시농부’라는 컨셉의 주택사업이다.

그 주택사업에서 선보이고 있는 집은 기본적으로는 단독주택의 개념으로 도심근처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옥상에 정원이 있고 마당에 텃밭을 가꿀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필자도 마당이 있는 집에 대한 일종의 꿈을 가지고 있어 해당 분양홈페이지에 들어가 살펴보았다.

동·호수의 개념과 내부구조는 일반 아파트와 동일하지만 흙을 밟고 살 수 있으며 타인과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아파트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필자의 관심을 끈 부분은 주택의 개념 속에 농촌의 개념이 녹아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주거형태의 가장 큰 장점은 도시근교에 집이 있으면서도 내 집 앞에 텃밭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거주의 주거형태가 50%를 넘고 있는 현재,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가까이 흙을 접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텃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텃밭을 가꾸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공터의 ‘경작금지’라는 팻말아래에서 몰래 경작을 하거나 차를 타고 교외로 나가 밭을 경작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잠시 시간을 내 푸릇푸릇한 상추도 뜯고 한낮의 햇볕에 시들해진 꽃들에게 물도 주면서 지쳤던 하루에 대한 마무리를 퇴근 후 내 집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 도시인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내가 직접 텃밭을 가꾸고 작물을 키워내는 것이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자리 잡는 것을 보면서 농업에 관련된 연구를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앞으로의 농업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 우리 농촌진흥청에서 연구하고 있는 육종의 목적은 대부분 전문적인 농업인들을 위해서이다. 수량이 증대되고 병충해에 강하며 노동력을 덜 들일 수 있는 이러한 부분들은 재배에도 서투른 일반인하고는 사실 조금 거리가 있다.

물론 전문농업인을 위한 연구도 중요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재배에 서툰 일반인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작물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1차 소비대상을 농민으로 볼 것이냐, 일반인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육종방향을 달리 해야 또 다른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반인은 수확량이 많은 고추보다는 쉽게 수확할 수 있는 고추를, 여름에 고온과 낮이 긴 날에도 꽃대가 늦게 올라오는 상추 등 쉽게 재배해 수확할 수 있는 품종을 더 선호할 것이다. 또 이렇게 개발된 작물은 요리의 레시피와 같이 좀 더 자세한 재배 방법이 있는 형태로 판매가 된다면 금전적인 개념을 떠나서 농업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예전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다룬 알레르기 특집기사에서는 흙을 밟고 다닌 아이들의 알레르기 수치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훨씬 낮다는 영국의 조사 결과가 있었다. 이처럼 우리가 밟고 사는 땅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와 깊은 관계 속에 있으며 농업 또한 그 흙을 토대로 지금까지 발전해 올 수 있었다.

필자도 일부분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현재의 농업이 무작정 생산만을 위한 농업이 아니라 현명한 소비도 같이 생각할 수 있는 농업으로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옷을 갈아입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은정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신작물개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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