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알파벳이 아닌 순 우리말로 인터넷을 접속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1969년 미 국방부에 의해 개발된 알파넷(ARPANET)을 기원으로 하는 인터넷은 그 태생적 한계로 인해 도입 초기 영문 알파벳을 기반으로 제공됐고, 인터넷 상에서 주소로 사용되는 도메인이름 또한 .com, .kr과 같은 형태의 영문 도메인으로만 이용이 가능했다.
이후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전세계 인터넷 이용자들의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자국어로 된 도메인이름에 대한 비영어권 국가들의 요구가 점차 증대하면서 국제인터넷기구(ICANN) 및 인터넷표준화기구(IETF)와 같은 인터넷주소관련 국제기구들에서 자국어 도메인 도입을 위한 정책적, 기술적 논의가 진행됐다.
1990년 후반부터 시작된 자국어 도메인 관련 논의는 장기간의 인터넷 커뮤니티 합의과정을 거쳐 2003년에 자국어도메인에 관한 국제표준이 마련됐으며, 이후 추가 논의를 진행해 2009년 10월 서울에서 개최된 ICANN 정례회의에서 자국어로 된 국가도메인의 도입이 결정되면서 비로소 순수 자국어로 구성된 도메인 서비스가 가능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순수 우리말로 된 국가도메인인 .한국 도메인에 대한 도입 준비를 시작해 올해 2월에 국제인터넷기구(ICANN)을 통한 .한국 도메인 위임절차를 완료, 지난 5월부터 순 한글 도메인인 .한국 도메인 등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순 한글 국가도메인인 [.한국]은 그간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kr 및 .com과 달리 순수 우리말인 한글로 이루어진 인터넷 주소를 말하며, 한글로 표현하기 때문에 기억하기가 쉽고, 마케팅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글 도메인의 예로 ‘청와대.한국’, ‘부동산.한국’, ‘쇼핑.한국’ 등이 있다.
한글 도메인의 안정적인 도입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월 정부·공공기관 및 상표권자를 위한 우선등록을 시작하고, 8월 22일부터 일반인 등록신청을 접수하는 등 단계적으로 .한국 도메인에 대한 등록신청을 받고 있다.
8월 현재 도메인 등록대행사에 접수된 .한국 신청건수는 약 82만 건으로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중 일부 명칭에 대한 경쟁률은 수백 대 일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한국 도메인에 대한 일반 이용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정부·공공기관들의 등록건수는 7월 말 기준 전체 대상 기관의 약 40%가 등록을 완료한 상태로 다소 저조한 상황이다.
방통위가 ‘방통위.한국’을 등록해 일반 민원인의 방통위 홈페이지 기억이 쉬워지고 직관에 의한 홈페이지 접속이 가능해진 것처럼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이 일반인의 편의성을 고려해 ‘기관명.한국’ 도메인을 확보해 제공한다면 일반 국민의 공공서비스 이용 편의성 개선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정부·공공기관이 ‘.한국’ 도메인을 적극 활용해 대국민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때, 완전한 한글 인터넷 시대로의 진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홍진배 방통위 인터넷정책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