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고객들의 한숨 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토마토, 제일, 제일2, 프라임 등 7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업계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됐다고 하지만 고객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19일 토마토2저축은행의 예금인출 사태는 이러한 불안심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토마토저축은행의 자회사인 토마토2저축은행은 이날 영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고객들이 몰려와 예금인출을 요구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이승우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각각 정기예금 2천만원을 들면서 예금자 안심시키기에 나섰으나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저축은행 7곳의 영업정지로 피해를 본 사람이 3만3천명에 이른다. 순예금이 5천만원을 초과하는 개인 예금자는 2만5천500여명, 후순위채권 투자자가 7천500여명이다. 금액으로는 3천500억원에 달한다. 부실 저축은행 퇴출이 임박했음이 여러차례 보도됐음에도 5천만원 이하로 분산 예치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제일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5월 임직원의 대출 관련, 금품수수 사실이 알려지면서 뱅크런(대량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한바 있다. 당시 제일저축은행은 “검찰 수사는 불법대출이 아니라 임직원 개인비리에 관한 것”이라며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금감원은 필요하면 자금 지원을 하겠고 제일의 영업정지 가능성이 낮다며 예금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결국 고객들만 안심하고 돈을 맡겼다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이러니 업계와 금융당국이 아무리 안전하다고 떠들어댄들 고객들이 믿겠는가.
당국은 올해 안에 더 이상의 영업정지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물론 급격한 예금인출 등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전제조건을 유념해야 한다. 이번에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경영상태가 위험한 저축은행이 6곳 더 있다. 대주주 증자나 자산매각 등의 자구노력을 통해 정상화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영업정지를 면했을 뿐이다. 정상 영업중인 토마토2저축은행에 뱅크런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이들 숨겨진 부실 저축은행이 정상화때까지 안전하리라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만일 시장에 추측성 명단이라도 나돌게 되면 뱅크런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확한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자칫 건전한 저축은행까지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저축은행 사태가 커진 데는 감독당국의 책임이 크다. 그동안 구조조정을 미뤄온데다 저축은행을 감독의 사각지대에 방치해놨기 때문이다. 당국이 고객의 불안심리를 해소하려면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간 정책실패와 부실검사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