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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특허괴물의 공격에 전략적으로 대처하는 법

 제대식 특허청 전기전자심사국장
▲ 제대식 특허청 전기전자심사국장

 

오랫동안 특허는 상품 제조와 판매를 독점함으로써 경쟁기업이나 후발주자의 시장진입을 막는 장벽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생산활동은 하지 않으면서 특허 자체를 사업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소위 특허괴물이라 불리는 특허전문관리회사(NPE, Non Practicing Entity)가 제조회사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막대한 금전적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특허괴물의 공격대상은 주로 대기업이었다. 미국의 특허조사기관인 페이턴트 프리덤에 따르면 특허괴물로부터 피해를 본 상위 10개 회사는 모두 글로벌 IT 기업으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총 554회나 소송을 제기당했다.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각각 7위와 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 중소기업들도 미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이 상당히 많아졌고, 특허괴물은 대기업에 대한 사냥이 끝나면 수출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특허료 수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아카시아 리서치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인 지멘스를 상대로 2008년 소송에 승리한 이후, 20개가 넘은 기업들로부터 잇달아 로열티를 받아 냈다. 이들 기업 중에는 연매출 500억원으로 미국 진출을 모색하던 한국 중소기업도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허괴물의 위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강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특허괴물이 공격해 올 여지를 원천봉쇄하는 것이지만, 불행하게도 충분한 자본과 인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에게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해외시장 특히 미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중소기업들은 특허괴물의 공격에 대비한 소송대응 및 협상 전략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특허괴물이 침해를 주장할 경우에 우선적으로 특허괴물 특허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선행기술 수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허괴물의 특허는 대체로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인터디지털과 같이 자체적 연구개발을 통해 표준에 채택된 강한 특허가 있는 반면 대부분의 특허괴물들은 자체 연구개발 없이 개인발명가 또는 벤처기업의 특허를 매입하여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후자의 경우는 특허의 권리범위가 넓은 대신 선행기술에 의해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큰 편이다. 실제로 무효주장을 하게 되면 더 이상 특허침해 주장을 하지 않고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로는 방어적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다. 특허괴물은 침해를 주장하는 경고장을 보낸 이후,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법원(텍사스 동부지법 등)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전략을 취한다. 따라서 제조기업은 특허괴물보다 먼저 제3의 법원에 비침해, 무효, 또는 권리행사 불능에 관한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어차피 특허괴물이 소송을 제기할 상황이라면 소송에서 주도권을 잡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 재심사 청구를 고려할 수도 있다. 미국의 재심사 제도는 소송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재심사 과정에서 특허청구범위 감축을 통해 등록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청구범위 감축으로 확실하게 비침해가 될 경우에 한해 재심사를 청구해야 할 것이다.

네 번째로, 기업들의 공동 대응이 중요하다. 앞서 아카시아 리서치 사례에서 보듯, 특허괴물은 업계에 영향이 큰 대기업을 1차 타겟으로 삼는다. 타겟 업체가 계약을 체결하고 특허료를 지급하게 되면 특허괴물은 유리한 위치에서 2차, 3차, 중소기업까지 공격하게 된다. 따라서 소송 단계부터 피소 업체 간에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특허괴물에 대한 특허분쟁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분쟁 동향은 분쟁의 예방과 해결에 있어 중요한 기초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특허청은 특허괴물의 분쟁동향 및 판례이슈를 분석, 제공하고 있으니 이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지금 세계는 ‘특허 전쟁’ 중이다. 앞서 말한 전략은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법일 뿐, 전쟁의 승리자가 되기 위한 충분조건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특허 전쟁에서 살아남아, 결국에는 특허 전쟁의 최종 승자가 되길 기대해 본다.

/제대식 특허청 전기전자심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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