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긍정적인 조짐들이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갈길이 멀고험하다. 남북한은 2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제2차 비핵화 회담을 열어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가시적인 접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남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발리 회동’에 이어 두달만에 열린 이번 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 사전조치를 요구하는 남측과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을 열자고 주장하는 북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면서 뚜렷한 접점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6자회담 재개 협상의 공은 다음달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고위급 회담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번 회담의 결과는 사실 예견됐다. 북한은 핵문제는 남한이 아니라 미국과 담판해야 할 대상이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비핵화에 대한 남북회담은 북ㆍ미 회담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라는 생각이다. 북한이 핵보유를 안보와 생존을 위한 최선의 방책으로 여기고 있으며 협상용 핵카드를 결코 버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이명박 정부들어 길게는 3년 7개월간, 짧게는 천안함 폭침이후 1년 6개월간 얼어붙은 남북한간 상호불신의 얼음은 너무 단단하고 두터워 한 두번의 회담으로는 녹기 어렵다는 점도 남북간 비핵화 회담의 진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다.
이런 숱한 장애물 가운데서도 북한이 최근 류우익 통일부 장관 취임을 계기로 남측이 내놓은 ‘원칙 속의 유연성’을 기본으로 한 대화 재개 신호에 일견 호응하는 모습이어서 남북 관계 진전에 기대를 갖게한다. 최근들어 인도적 차원의 대북 밀가루 지원, 민간 교류 등을 통해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조금씩 풀리는 듯하다. 그러나 아직 낙관은 금물이고 북한의 입장 변화 여부를 냉철하게 지켜봐야 한다.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북한이 상생과 공영의 길을 택한다면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와 더불어 기꺼이 도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유엔총회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세계와 더불어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한반도가 더 이상 분열과 반목의 장이 아닌, 동북아시아와 세계평화를 일구는 희망의 터전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최근 한반도 긴장완화의 어렴풋한 조짐 속에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북한은 이 대통령의 진정성에 적극 호응하기를 기대한다. 우리 당국도 개별적인 사건들에 일희일비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은 물론 남북간에 공감할 수있는 통일정책과 대북정책의 원칙아래 통일의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해도 반드시 가겠다는 의지와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