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재해가 한 국가만의 재해가 아니라는 것을 전 세계에 깨닫게 해준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일본은 ‘일본 대지진’으로 전후 최대의 위기라 불리던 재난을 서서히 극복해 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온전하게 평온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9월 1일 일본은 방재의 날을 맞아 도쿄를 포함한 대도시에서 언제 닥칠지 모르는 직하형 지진에 대비해 대규모 방재 훈련을 했지만 일본 국민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재앙은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으며, 사랑하던 사람을 잃었고, 잔해만 치웠을 뿐 아직까지 재건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절망적인 이런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것과 이런 재난이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르는 불안감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판 중심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지진재해에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지진재해로부터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한반도만 하더라도 역사 속에서 수많은 피해지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6세기에는 가장 많은 피해지진의 기록이 남아 있는데, 땅이 크게 진동하고, 가옥 특히 담장과 지붕이 모두 흔들리는 지진이 200여회나 기록돼 있다. 심지어 민가가 무너지고, 산사태로 사람과 가축이 죽었다는 지진기록도 남아 있다.
최근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지진재해와 과거 우리나라 피해지진의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시 그 불행한 역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일본 대지진의 사례를 교훈 삼아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지진·화산 현상에 대한 법적인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들의 뛰어난 지진대책들도 지진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법률을 제정하고 오랫동안 꾸준하게 선진적인 대책들을 만들어 온 결과이다. 우리나라도 기존의 안일한 자세에서 탈피해 지진·화산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이를 토대로 장기적인 지진대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지진재해로부터 막연한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는 길이다.
일본 대지진 당시 그 중요성이 부각됐던 내진설계와 더불어 실질적으로 지진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하루 빨리 정착시켜야 한다. 이 시스템은 S파의 지진파가 도달하기 전에 단 몇 초의 시간이라도 확보해 고속철도 운행, 병원에서의 수술, 정밀산업 공정의 일시적 중지 등을 통해 인명 및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다. 이를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진관측망을 확대하고, 지진환경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적용하는 등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입체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또한 지진대책의 지평을 열어줄 수 있는 지진분야의 연구와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선진국의 지진대책이 하루아침에 노력 없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장기적인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인력을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연구 성과를 창출하여야 하며, 그 연구 성과를 정책에 반영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만큼 재해가 발생한 후 수습하는 사후복구체제에서 과감히 벗어나 재해에 대한 선제적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진국형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김영신 기상청 지진관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