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토의 64%가 산림이다. 그동안 대형 산불, 솔잎혹파리나 소나무재선충 등 산림병해충으로 숲이 앓더니 최근에는 대형 산사태가 나면서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산사태는 1980년대 연평균 231㏊에서 2000년대에는 713㏊로 3배나 증가했다. 이는 시간당 50㎜ 이상 강수량의 연간 발생횟수가 1980년대 10.6회에서 2000년대에는 14.4회로 증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아울러 산지 훼손으로 인해 위험지역이 증가한 것도 한 몫을 더하고 있다.
산사태란 비나 지진 등으로 흙의 결속력이 줄어 산 위의 흙과 암석이 균형을 잃고 중력에 의해 일시에 아래로 무너져 내리는 것을 말한다. 이때 산 위에서 돌과 자갈, 물이 함께 섞인 토석류가 시속 20~40㎞ 속도로 흘러내려 주택, 도로, 농지를 덮침으로써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빗물의 양이 증가할수록 토석류의 양과 속도가 더해지며 피해도 커지게 된다. 이러한 산지 토사재해를 예방하고 줄이기 위해서는 자연재해에 강하도록 숲을 가꾸고, 산사태위험지는 예방사방을 통해 산사태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며, 산사태로 발생한 토석류는 산골짜기 계류에서 저지할 수 있도록 사방구조물을 설치하고, 산사태 위험을 예측해 주민들을 사전에 대피시키는 조치 등이 마련돼야 한다.
숲가꾸기는 하층식생의 생육조건을 개선해 생물다양성을 높이고, 깨끗하고 풍부한 산림수자원을 생산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숲가꾸기를 하면 나무 뿌리의 발달을 촉진해 산사태 방지 효과가 더욱 커진다.
나무 뿌리들을 통한 산사태 방지효과는 말뚝효과와 그물효과가 있다. 말뚝효과란 나무의 굵은 뿌리가 암반층까지 침투해 지표면의 흙을 고정시켜 산사태 발생을 억제시키는 효과이다. 그물효과란 나무의 가는 뿌리가 지표 토양 내에서 서로 얽혀 그물망을 형성해 흙이 쉽게 붕괴되지 않도록 하는 효과이다.
1970년대에 심은 나무들 중 숲가꾸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뿌리분포가 얕고 좁아져 말뚝효과와 그물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 과학적인 숲가꾸기는 땅 속에 다양한 뿌리가 서로 엉키며 분포할 수 있도록 만들어서 숲이 산사태에 강하게 된다.
산사태에 의한 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숲가꾸기와 함께 황폐산지 및 계류의 위험요소를 제거하거나 계류에 사방댐과 같은 다양한 사방구조물을 적극 설치해야 한다. 사방댐은 산사태에 의한 토석류가 계류를 따라 일시에 흘러 내려오는 것을 막아 주택이나 도로, 농경지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86년부터 사방댐을 시공해 현재 총 5천여개의 사방댐이 있으며, 산지토사재해 저감을 위해 앞으로 매년 약 700개소의 사방댐을 신설할 계획이다.
사방댐은 토사를 막아 재해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예방구조물이지만 우리나라의 모든 계류에 설치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숲가꾸기와 경계피난 시스템의 체계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만 재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번 도심지역 산지토사재해를 계기로 재해관리 시스템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산림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산사태위험관리시스템은 전국 76개 기상관측소 정보로 전국을 예측하기 때문에 국지성 집중호우 및 산악지역에 맞는 산사태 정보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 또한 전달 체계가 문자로 한정돼 수신 누락자가 생기기도 하고, 수신을 했더라도 지자체에서 대응하는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앞으로 산악기상을 고려하고 5㎞ 격자의 동네예보 자료를 활용해 위험지역을 구체화할 것이며, 산사태 예·경보 기준을 지역특성에 맞는 강우량지수로 개선할 것이다. 또 산사태 예측정보를 TV에 자막형태로 실시간 제공하고, 재해상황실이나 당직실에 유선으로 자동 발송, 지역 대표자 및 지역주민까지 문자 발송을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올해와 같은 산지토사재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도심지 내 산지토사재해에 대한 대책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특히 인구밀집지역 등 생활권지역에 대해 산지사면과 계류에 실시간 감시 센서를 설치하고 위험사면이나 계류에 CCTV를 설치하는 등 산사태, 토석류 감시모니터링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이번 산사태 피해를 계기로 관계기관의 협력시스템 구축도 중요한 사항으로 부각됐다. 또한 국민 각자도 내 생명과 내 재산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위험 지역에 대한 선제적 대처 방안을 스스로 강구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을 결집해 우리나라를 산사태로부터 안전한 나라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구길본 산림청 산림과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