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 정전사태의 원인은 역시 관계당국의 총체적 대응 부실이 빚어낸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무총리실과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소방방재청, 전력거래소, 한국전력 등으로 구성된 합동점검반은 26일 정전사태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공식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전력 수급을 조절하는 전력거래소와 이를 담당하는 지경부의 부실 대응이 화를 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15일 오전부터 전력 수급사정이 원활하지 않자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정작 지경부에 이같은 사실을 보고한 것은 오후 2시가 넘어서였다.
지경부의 담당 과장도 예비전력을 모니터링하면서 2시간 내에 즉시 공급이 가능한 전력과 그렇지 못한 예비력을 구분하지 못해 수급사정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군다나 전력거래소 단전 시행(오후 3시11분)에 앞선 3시 이같은 사실을 지경부에 알리려 했으나 담당 과장이 회의로 부재중이라며 말단 직원이 이를 대신 접수, 지경부는 단전 조치 이후인 3시15분에야 단전 사실을 통보받았다.
또 전력거래소는 단전 시행 10여 분을 남겨 놓은 오후 2시55분에는 일시적 부하감소로 상황이 호전됐다고 지경부에 보고해 오판의 빌미를 제공했다.
청와대는 오후 4시20분이 돼서야 팩스로 단전 사실을 송신 받는 등 전체적인 대응시스템의 부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와 관련,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브리핑에서 “관계자 문책을 엄중히 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정전사태를 계기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임 총리실장은 “전력 수요의 근본적인 관리 강화를 위해 원가에 기초해 전기요금이 책정되도록 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면서 “연료비 연동제, 계절별·시간대별 차등요금제 강화 등 요금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또 전기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에 높은 요금을 적용하는 ‘피크억제형 요금제’도 도입키로 했다.
전력 생산원가의 평균 90% 수준인 전기요금을 현실화해 수요를 줄임으로써 수급조절에 나서겠다는 의미이다.
다만, 서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요금 인상시기는 물가를 포함한 경제상황 등을 판단해 결정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가정용 전기요금보다 더 값이 싼 산업용 전기요금은 그대로 두고 일반 서민에게만 부담을 전가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