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참 별일을 다 겪게 된다. 지난 27일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무슨 일인가하면 지동 271-181번지 13통장집 옥상에서 음악회가 열린 것이다. 결과부터 이야기 하자. 그리 크지 않은 가정집 옥상이긴 했지만 사람들로 가득 찼다. 사람이 많이 오고 적게 오고 그런 문제가 아니다. ‘별일’이라고 할만한 일은 음악회의 내용이었다. 남장우 동장은 ’아마추어들의 재능기부‘라고는 했지만 그들의 실력은 범상치 않았다. 그리고 ‘재능기부’라고 표현했듯이 그들은 출연료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지동 주민센터 기노헌 팀장은 말했다. “옥상에서, 그것도 13통 조명화 통장님이 자원해서 ‘우리옥상에서 음악회를 열면 어떨까’하는 제안을 받고 ‘바로 이거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지동 옥상 노을빛 음악회’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열의로 인해 탄생된 이벤트였다. 지금 전국에서 마을 만들기 열풍이 벌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관주도다. 그런데 수원시 팔달구 지동은 조금 다르다. 이번 옥상음악회가 그 대표적 사례다.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마을 만들기 우수 사례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는 음대 휴학생 김관수 씨의 감미로운 성악, 박민애 씨의 영혼을 울리는 오카리나 연주, 라이브 가수 태환 씨의 대중가요 열창, 가을밤과 잘 어울렸던 강영수·최수정 씨의 바이올린·플룻 연주, 그리고 풋풋했지만 주민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던 수원시 공무원 색소폰 그룹 색동회와 김충영 팔달구청장의 기타 연주, 팔달구 박삼양 과장의 구수한 사회... 특히 ‘서울대 음대 교수가 꿈’이라는 김관수 씨의 성악은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 아름다운 밤이었다. 옥상을 개방한 통장은 “이웃간의 왕래가 점점 없어져 항상 아쉬웠는데 옥상 개방을 통해 이웃간의 왕래가 다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개방했다”며 활짝 웃었다.
음악회 내내 자신의 집 화장실까지 개방한 통장 부부의 웃음도 음악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옥상에서 바라보는 화성의 노을빛과 야경에 잘 어울리는 음악회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표영섭 주민자치위원장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10년 후면 관광객들이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먼저 보는 것이 아니라 지동마을을 본 다음 화성을 보게 될 것’이라는 장담을 우리는 믿는다. 동네의 자랑거리를 찾아내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지역을 대표할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지동주민들, 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