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해외 유명브랜드 회사들로부터 각광받는 투자처로 꼽힐 만큼 국내 명품시장이 성장하면서 유명제품을 모방한 위조상품 유통도 늘고 있어 이에 대한 관심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유명일간지인 르 피가로 신문은 지난 8월 7일 한국이 세계 명품들의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세계 유명 브랜드들이 속속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명품의 용으로 부상한 서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에르메스가 압구정동에 매장을 연 데 이어 루이비통이 사상 처음으로 내달 한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에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암시장(black market) 전문조사 사이트인 하보스코프닷컴(havocscope.com)에 의하면 한국의 위조상품 시장규모는 140억 달러로 세계 10위에 해당한다고 하는데, 2010년도 우리나라의 국민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14위인 점을 고려할 때 국내 짝퉁 시장이 상당히 과열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짝퉁 시장이 발달하고 있는 이유는 소위 ‘명품신드롬’ 때문이다. 경제적 부담에도 너도나도 명품을 소유하려는 이유와 관련,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소비형태를 과시형, 질시형, 환상형, 동조형 등 4가지로 구분해 설명한다. 과시형은 신흥부유층에서, 질시형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중산층에서, 환상형은 젊은 층에서, 동조형은 인기 연예인을 모방하려는 10대들에게서 볼 수 있다는 게 김교수의 분석이다.

짝퉁 제품 하나쯤 가지는 게 무슨 대수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명품신드롬이 가져올 사회적 폐해는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유층이야 별 문제될 게 없겠지만 경제력이 부족한 계층은 명품 소유욕을 충족하기 위해 대부분이 다음 둘 중 한 가지 방법을 선택함으로 인해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한다.

첫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품을 구입하는 방법인데, 이 과정에서 각종 범죄와 탈선의 유혹에 노출되게 마련이다. 명품 구입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수표나 현금을 위조해 사용하거나 유흥업소에서 성매매를 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둘째는 가격이 저렴한 위조상품을 구입하는 방법인데, 당장은 문제점이 없어 보이지만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가치관의 혼란과 준법의식 훼손으로 인해 위법행위를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에 소개된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심리학 연구결과에 따르면 진품 선글라스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 양심을 속인 사람들은 30%에 불과했지만 가짜 선글라스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70% 이상이 양심을 속였다고 한다.

특허청은 국내 위조상품 유통근절을 위해 지난해 9월 초 상표권특별사법경찰대를 출범시켜 위조상품 사범을 직접 형사입건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특허청이 위조상품 단속을 위해 사법경찰권을 도입한 사례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상표권특별사법경찰대는 출범 이후 지금까지 위조상품 사범 127명을 검거하고 위조상품 4만8천여 점을 압수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국내 위조상품 시장이 해외 유명 브랜드 위주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특사경의 단속실적에서도 외국 브랜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특사경이 외국 상표권자를 위해 일하는 거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러한 오해에도 위조상품을 강력하게 단속해야 하는 이유로는 주요 교역국과의 통상마찰 발생, 국가신인도 저하, 시장질서 교란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위조상품 유통 근절을 위해서는 법집행기관에 의한 위조상품에 대한 강력한 단속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명품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건전한 소비문화 확산이 선행돼야 한다. 진정한 명품은 자신의 소득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제품임을 자녀들에게 명확하게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다.

/문삼섭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