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2일 이명박 대통령은 유엔 원자력 안전 고위급회담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도 원자력의 활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지적대로 원자력은 대체에너지가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 전력 수요의 상당부분을 이미 담당하고 있고 그 장점이 명확하므로 현실적으로 원자력이 없던 과거로 회귀하기는 어렵지만, 국민에게 기술적으로 안전하다는 신뢰를 가져다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에는 방사능 물질의 누출을 사고로부터 방지하는 것과 혹시 사고가 생겼을 경우 방사능 오염의 효과적인 제거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방사능 물질을 제거하는 물리화학적인 방법은 개발돼 있으나 미생물을 사용한 더 손쉽고 친환경적인 환경정화 방법도 발전하고 있으니 국내 원자력 에너지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 이에 대한 기반연구를 강화해야 할 때라 하겠다.
미생물 환경정화는 오염물질을 화학적 세척제가 아닌 미생물로 제거하는 방법을 말한다.
자연 상태의 미생물은 주변의 먹이를 먹고 증식하는데, 독성물질을 분해해 먹이로 이용하는 특정 미생물은 다른 미생물이 오염 때문에 소멸할 동안 독성물질에 적응하면서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된다. 이 과정을 좀 더 신속하게 촉진하기 위해서는 독성물질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인위적으로 오염현장에 투입해 그 미생물의 증식을 보존해 주면 된다.
미생물이 분해할 수 있는 오염물질은 복잡한 화학구조의 농약성분에서부터 고분자 석유화학제품 그리고 방사능물질까지 매우 다양하다. 이 가운데 ‘데이노코크스(Deinococcus radiodurans)’ 균은 핵 폐기물에 포함된 크롬, 수은, 톨루엔 용매를 분해할 수 있고 ‘지오박터(Geobacter sulfurreducens)’은 물에 용해된 우라늄을 침전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외에 발암물질인 고분자 방향족 화합물(PAH)를 분해하는 미생물도 밝혀져 있으며, 염소성분의 독극물을 분해하는 ‘디할로코코이데(Dehalococcoides ethenogenes)’도 있다.
미생물 환경정화의 장점은 오염물질에 대응하는 다양한 미생물이 이미 알려져 있고, 오염현장에서 직접 사용하기 편하면서 처리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화학적인 방법보다 환경에 주는 부담도 훨씬 적다. 반면 미생물 환경정화는 오염지역의 기후에 따라 몇 년이 걸릴 수 있으며, 오염된 지역이 광범위하면 살포된 환경정화 미생물 자체가 2차 오염물질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최근에 오염물질 처리속도를 높이는 개량된 방법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한 예로 해초(seaweed)를 갈아 제초제 DDT가 오염된 지역에 먼저 뿌리고 환경정화 미생물을 투입하면 6주 만에 오염이 완전히 제거된다.
미생물 환경정화 산업 발전은 오염물질 관리능력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잠재적 오염물질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국가는 미생물 환경정화에 대한 정책과 산업기술도 앞서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 오염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부족하여 환경정화 기술이 사회적 파급효과를 내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진다.
국내에서는 기름오염, 축산분뇨, 인분, 농약성분 등에 오염된 물, 폐수, 하수오니 같은 수질오염에 대한 정책이 이미 상당히 체계화 돼 있다.
이런 효과적인 정책과 더불어 자손에 물려줄 환경을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환원시키기 위한 미생물 환경정화 기술은 분명 우리 미래의 핵심 녹색기술이라고 하겠다.
/이창묵 농촌진흥청 국립공업과학원 기능성물질개발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