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쯤 시골에 가면 낙엽 태우는 냄새와 수확한 곡식 껍데기나 대궁을 태우는 연기와 냄새가 마을과 들녘을 감싸곤 했다. 이 냄새는 은근히 구수할 뿐 아니라 향수와 정서를 일깨우는 향기도 가지고 있어 시인·소설가들의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최근은 조금 다르다. 연기 속에 숨이 멎을 듯한 악취가 섞여 있는 것이다. 이것의 정체는 합성수지 등으로 만든 농업용 폐비닐이나 생활 쓰레기들이다. 도시에서 이런 쓰레기를 무단 소각하면 즉시 신고가 들어가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불법 소각이 어렵다.
그러나 시골 지역의 경우 인적도 드물고 무단으로 쓰레기를 소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노인들이라서 과태료 등 강력한 규제가 어렵다. 요즘엔 농촌에서도 생활쓰레기가 많이 나온다.
또 이 쓰레기 중엔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재활용 시스템의 부족과 주민들의 인식 부족으로 눈에 안 띄는 곳에 버려지거나 불법으로 소각된다. 주지하는 대로 쓰레기 불법소각 시엔 다이옥신 등의 인체에 지극히 해로운 물질들이 배출돼 대기와 토양환경을 오염시킨다. 물론 화재위험도 있다.
경기개발연구원 이정임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농촌지역 생활폐기물의 효율적인 관리방안’에 따르면 경기도 농촌 주민 62%는 생활폐기물을 노천소각으로 처리한다고 한다. 그 중 약 30%는 매주 1회 소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면 이제 농촌은 더 이상 공기 좋고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곳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농촌주민들이 불법소각을 할 수밖에 없을까? 조사결과에 따르면 공무원은 ‘농민들의 참여 저조’와 ‘광범위한 수거지역’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농촌주민의 생각은 다르다.
‘쓰레기를 모아두어도 시(군)청에서 제때 수거해 가지 않아 노천 소각을 한다’는 의견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의 인식차이는 이렇게 크다. 그러나 생활폐기물로 인한 농촌지역의 환경오염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인식 전환과 쓰레기 종량제 실천이 선행돼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따라서 이 연구원의 주장대로 ‘마을단위 쓰레기 종량제’ 등 농촌마을 특성에 적합한 수거방식을 도입해 농촌지역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위탁업체보다 해당 지자체에서 직영으로 수거하는 방식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마을단위 자율 감시단 등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