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번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정에서 그동안 민주당을 받쳐온 기반이었던 젊은 층이 등을 돌린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인 20~30대 젊은 층이 제1야당을 외면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현상으로 이전에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
이렇게 된 데에는 민주당이 젊은 층의 시대적 바람과 욕구를 읽고 소통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살인적인 등록금과 높은 청년실업, 벌어지기만 하는 양극화 현상 등에 절망했지만 민주당은 속 시원한 답을 주지 못했다. 이제라도 민주당이 이번 사태를 환골탈태 쇄신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겠다는, 간판을 빼곤 다 바꾸겠다는 뼈저린 각오부터 다져야 할 것이다.
더욱이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5일 사퇴 카드를 꺼내든지 하루 만에 철회했다. 그는 전날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제1야당 대표로서 야권 단일후보를 60년 전통의 자당 후보가 아닌 정치 입문 한 달에 불과한 시민 후보 박원순 변호사에게 내준 참담한 결과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손 대표의 대표직 사퇴 철회를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고 당이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결국 의원들의 만류를 수용한 손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남은 책무를 완수하겠다”며 사퇴 의사를 철회했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이번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로 박 변호사를 뽑은 과정을 ‘단일화 쇼’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보수성향 시민단체 후보로 나선 이석연 변호사와 후보 단일화를 해보려다가 이 변호사가 지지율이 기대에 못 미쳐 사퇴하자 헛물만 켜는 망신까지 톡톡히 당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번에도 교훈을 새기지 못하고 스스로 변신하는 데 실패할 경우 정당정치의 몰락은 가속화될 것이다. 기성 정당들이 기득권에 집착하거나 새로운 소통에 나서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무소속이나 시민 후보의 바람은 더 거세질 것이 틀림없다.
안철수 박원순 바람을 계기로 여야 모두 국민이 바라는 변화와 쇄신의 길에 들어설 것을 요구받고 있다. 오는 10월 26일 서울시장 보선이 이런 변화를 심판하는 첫 무대가 되길 바란다. 박원순 변호사가 민주당 입당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반대입장을 표명안 의중을 정당관계자들은 잘 읽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