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매체를 통해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기상과 이에 따른 막대한 피해 소식을 빈번히 접하고 있다.
올해 미국은 토네이도, 홍수, 가뭄, 폭염 등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지난 8월 허리케인 ‘아이린’은 미국 동부를 강타해 40여 명의 인명피해와 100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웃 동네 일본에서는 폭염으로 고생하다가 태풍 ‘탈라스’로 막대한 피해와 사상자를 냈으며, 나라현에 일주일 동안 2천㎜가 넘는 비가 내려 일본 관측사상 최대값을 갱신했다.
또 세계기상기구는 최근의 이상기후가 더 이상 ‘이상(異常)’이 아니며, ‘일상(日常)’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더욱 심해졌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올여름 장마 종료 이후 또 다시 집중호우가 발생했다. 서울의 경우 7월에 평년의 3배 이상인 1천311㎜ 비가 내렸고, 6~7월의 강수량이 연강수량보다 더 많았다. 최근 10년 강수량은 과거 30년 평균에 비해 97.4㎜가 증가했는데 대부분이 여름철 강수량의 증가 때문이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으며, 2000년대 강수량은 관측사상 가장 많았으며 호우의 발생빈도도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는 올해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며, 지난 약 100년간(1912~2010년)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1.8도가 상승하고, 강수량은 100년간 약 17%가 증가하는 등 변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는 에너지 사용이 급증하면서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해 나타나는 지구온난화를 들 수 있다. 과학적으로 공기의 온도가 1도 상승하면 수증기 함유량이 7%가 증가하기 때문에 비가 한꺼번에 더 많이 올 가능성이 커진다.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대책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2010년에는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최고값을 기록했으나, 온실가스의 감축에 대한 국제협상은 아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온실가스 농도가 향후 수십 년간 계속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라 온난화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최근 국립기상연구소는 국내외 기후변화 대응 지원을 위해 온실가스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 기후변화 전망을 산출하고 있다.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을 하지 않는 경우(2100년 이산화탄소 농도 940ppm ; RCP8.5)와 어느 정도 온실가스 감축을 하는 경우(2100년 이산화탄소 540ppm; RCP4.5)에 대해 21세기 말 기후변화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비교해 보면, 감축 노력을 할 경우 하지 않았을 때보다 약 2도 정도 기온 상승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산화탄소 감축을 하지 않는다면 지구평균기온은 4.8도 상승하고(감축을 할 경우 2.8도 상승), 강수량은 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북극 해빙(海氷) 면적은 급격히 감소해 현재의 약 20% 정도만 남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기후변화 완화 노력을 하지 않고 지금처럼 이산화탄소 배출을 지속한다면 2100년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기온은 지구평균 상승보다 1도 이상 더 높아질 것이고 강수량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강우강도도 증가해 호우 피해도 예상되며, 증발량 증가에 따른 표층 토양수분이 감소해 생태계와 사회경제 피해가 예상된다.
이제 기후변화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가속화되고 있으므로 조속한 대책 마련과 이행이 필요하다. 이러한 대책의 핵심은 완화와 적응이다. 탄소 배출 저감을 통한 기후변화 완화와 어느 정도 완화 노력을 한다 해도 기후시스템 관성으로 기후변화는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적응하는 것이다.
이미 이러한 기후변화의 영향은 우리 주변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 추세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후변화 완화 노력과 함께 기후변화 영향을 줄이기 위한 적응 노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권원태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장